배 속 아이의 진짜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해외 업체에 태아 친자확인 검사를 의뢰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2005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시행돼 국내에서는 태아 친자확인을 위한 유전자(DNA) 검사가 불법이다.
인터넷에서는 태아 친자확인을 해준다는 해외업체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한 업체는 한국인 브로커를 두고 친자확인 검사 방법을 묻는 글에 댓글을 달거나 업체 블로그를 인터넷 검색에 노출하는 방식으로 고객을 모으고 있었다. 17일 기자가 미국의 A 업체 소속 한국인 브로커에게 문의해 보니 “임신 8주가 지난 산모부터 혈액검사가 가능하며 검사 결과는 99.9% 정확하다”며 “미국에서 보낸 혈액 채취 키트에 산모 혈액을 담고 남성의 머리카락과 함께 미국으로 보내주면 5일 만에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로커는 “친자확인뿐 아니라 태아 성별을 알아보려는 부부까지 찾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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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해외업체들이 국내 일반 DNA 검사 비용 20만∼25만 원에 비해 10배 정도 비싼 200만 원 정도를 받지만 신뢰도나 안전성이 전혀 검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태아 친자확인이 급해 의뢰했다가 엉터리 결과를 받거나 돈만 떼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A 업체가 광고하는 산모혈액 검사법은 산모의 혈액에서 태아의 DNA를 분리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A 업체 홈페이지에서는 검사 신뢰도를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를 찾을 수 없다. 게다가 홈페이지에 게재된 연구실 사진 10여 장은 유전자 검사와 관련 없는 엉뚱한 장비 사진뿐으로 비전문가인 고객의 눈을 속이고 있었다.
이들 업체는 고객이 한국 내 산부인과에서 융모막검사나 양수검사를 해서 채취물을 보내주면 더욱 정밀한 분석이 가능하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이런 검사에 따른 유산 위험성은 안내하지 않는다.
최안나 산부인과 전문의는 “융모막검사는 임신 초기인 9∼12주에 이뤄지는 탓에 염증과 출혈로 유산까지 일으킬 수 있다”며 “염색체 이상을 진단할 때만 한정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전문의는 “출산을 기다리지 않고 임신 중 친자 감별을 하는 것 자체가 ‘친자가 아니면 낙태하겠다’는 뜻이므로 산모에겐 정신적으로도 큰 스트레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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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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