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5시간씩 땀흘린 보람.’
역시 한국 스포츠 클라이밍을 대표하는 ‘여제’다운 활약이었다.
스포츠클라이밍 선수 김자인(24·노스페이스)은 12일부터 16일(한국시간)까지 프랑스 파리 팔레 옴니스포드 파리-베르시 체육관에서 열린 IFSC(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IFSC 세계선수권대회는 스포츠 클라이밍에서 최고의 권위와 규모를 자랑하는 대회로 격년제로 열린다.
남녀 리드(13미터 이상의 암벽을 주어진 시간 안에 오르기), 볼더링(4~6개의 5미터 벽을 오르기), 스피드(상대적으로 쉬운 코스를 빠르게 오르기) 세 종목이 열린다. 김자인은 리드에서 2위, 볼더링 5위의 성적(스피드 41위)으로 세 종목 성적을 합산한 총점에서 1위를 기록,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김자인의 종합 우승은 그가 전 세계 여자 스포츠 클라이밍 톱 랭커 가운데 전 종목에 출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선수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대부분의 스포츠 클라이밍 선수들은 자신의 주 종목에만 출전한다. 리드, 볼더링, 스피드 등 각 종목은 서로 다른 근육을 사용해 한 선수가 두 개 이상의 종목에 출전하기 힘들다.
김자인은 2011년 4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IFSC 볼더링 월드컵에서 우승하면서 세여자로는 두 번째로 리드와 볼더링 월드컵을 동반 석권한 선수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가 스포츠 클라이밍 전 종목에 출전한 것은 이번 대회가 처음이었다.
고려대 대학원에서 스포츠 심리학을 전공하는 김자인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수업이 끝나면 매일 밤 서울 수유동 노스페이스 아웃도어문화센터에서 5시간씩 구슬땀을 흘리며 맹훈련을 했다.
특히 훈련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스포츠클라이밍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김자하, 김자비 두 오빠가 코치를 맡아 김자인과 함께 훈련일정을 짜고 훈련강도를 높여왔다. 둘째 오빠 김자비는 이번 대회에 선수로 참가하기도 했다.
노스페이스 산악지원팀의 이재용 과장은 “이번 종합우승은 주 종목인 리드를 벗어나 스포츠 클라이밍을 보는 김자인의 안목이 한층 넓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국내에 저평가되고 있던 스피드 종목이 활성화될 수 있는 도약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기대감을 갖게 한다”라고 말했다.
김자인은 21일 벨기에 퓌르스, 29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리는 IFSC 클라이밍 리드월드컵에 잇따라 출전해 주 종목인 리드에서 우승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