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 10월 5일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 참가하는 프랑스 파스칼 랑베르 연출의 연극 ‘사랑을 끝내다’. 헤어지는 두 남녀의 독백으로 사랑의 본질을 되짚는다. 한국공연예술센터 제공
이 중 연극이 9개, 무용이 18개. 무용의 비중이 크게 늘었지만 장르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기존 무대 문법을 벗어난 작품이 대다수다. 개막작을 제외하면 대형 작품보다는 실험성이 강한 소규모 작품 위주로 구성됐다.
10월 5, 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개막작은 2006년 SPAF에서 ‘정화된 자들’을 공연했던 폴란드 연출가 크쥐스토프 바를리코프스키의 ‘(아)폴로니아’. 인터미션 30분을 포함해 4시간 15분이 걸리는 대작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저지른 유대인 대학살의 비극을 고대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희생의 상징 이피게니아와 알세스티스, 유대계 폴란드 작가 한나 크랄의 동명 작품에 등장하는 아폴로니아 등 세 여자의 이야기로 반추한다.
무용작품 중엔 프랑스 현대무용가 마틸드 모니에 안무의 ‘소아페라’가 눈길을 끈다. 무대를 덮을 만큼 거대한 비누거품을 풀어 놓고 무용수 4명을 마치 캔버스의 붓처럼 활용하는 회화적인 작품이다. 음악은 마치 보이듯, 춤은 마치 들리는 듯 고정관념을 깨는 연출을 보여주는 일본 네덜란드 합작 ‘시로쿠로’, 현대 복지제도와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풍자한 핀란드 안무가 마이자 히바넨의 ‘우리 사회의 민주적인 몸’도 기대작이다.
호주 공연 단체 ‘원 스텝 엣 어 타임 라이크 디스’의 ‘거리에서’는 2009년 멜버른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처음 선보인 관객체험형 공연. 관객에게 헤드폰을 씌워 서울 곳곳을 여행하게 한다. 헤드폰을 통해 장면에 대한 묘사, 철학적 구절, 노래 등을 들려주며 익숙한 공간을 새롭게 느끼도록 유도한다.
국내 작품으로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광대극으로 만들어 권력자의 공허한 광기를 폭로하는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내가 그랬다고 너는 말하지 못한다’, 홍수로 집이 잠기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서로에게 폭력을 일삼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극단 노뜰의 ‘베르나르다’가 눈길을 끈다. 2만∼7만 원. 02-3668-0007, www.spaf.or.kr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