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세계 최초 유일한 시인축구단 ‘글발’, 창단 20주년 맞아 기념 시선집 펴내
자칭 ‘세계 최초, 유일한 시인축구단’인 ‘글발’이 창단 20주년 기념 시선집 ‘토요일이면 지구를 걷어차고 싶다’()를 펴냈다. 7월 강원 정선에서 경기를 가진 글발 멤버들. 글발 제공
당시 문화계에서는 축구팀 3개가 유명했다. 서울대 국문과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소나기’, 영화인 중심으로 모인 ‘가고파’, 그리고 시인들이 뭉친 ‘서북청년단’(서울 서북지역 시인들이 모였다는 의미로 ‘사상성’과는 관계가 없다).
“‘소진에의 추억과, 공동체 정신에 대한 긍정과 지겨움’을 갖고 있는 1980년대 초반 학번들이 자신들의 모태에 대한 회환과 기억을 비켜 가게 하는 매체로 축구는 기여했다.”(시인 배문성) 뜨거웠던 아스팔트는 푸른 그라운드로 대체됐고, 90년대를 맞은 청춘들은 땀을 흘리며 지나간 80년대에 대한 회환과 헛헛함을 달랬다.
‘세계 최초, 유일한 시인축구단’이라는, 팩트를 확인하기 어려운 문패를 천연덕스럽게 단 ‘글발’이 창단 20주년 기념 시선집 ‘토요일이면 지구를 걷어차고 싶다’(북인)를 펴냈다. 단원 46명이 대표시를 3편씩 골라 냈고, 전윤호 배문성 채풍묵은 글발의 과거와 현재를 그린 산문을 보탰다.
‘사랑은 축구공이다. 내 사랑이 발에게 지시한다. 달려라! 나는 미친 듯 골대로 돌진한다. 이면이란 없다. 돌려 차지도 않는다. 사랑은 돌려 차거나 둘러치지 않는다.’(김점미 ‘그리운 분노’ 중)
고뇌하는 빈자(貧者)의 아우라를 지닌 시인들이 가죽 공 하나를 두고 헐떡거리며 뛰어다니는 모습은 왠지 엇박자 그림이다. 하지만 전윤호는 말한다. “열정 없이 시인이 될 수 없으며, 평안해 보이는 듯한 (시인의) 외모 속에 불타는 투지를 숨기고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