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환은 지난달 20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서 주부를 살해하기에 앞서 지난달 7일에도 중랑구 면목동에서 또 다른 주부를 성폭행했다. 이 사실이 10일 밝혀지자 전자발찌 착용자인 서진환의 첫 범행(면목동 성폭행) 직후 경찰이 왜 전자발찌 착용 성범죄 전과자들의 이동기록 조회를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첫 범행 후 전자발찌 착용자들의 사건 당일 행적기록을 추적했다면 쉽게 서진환을 잡을 수 있었을 테고, 중곡동 주부가 살해되는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문에 대해 면목동 사건 수사를 지휘한 신경문 중랑경찰서장은 10일 밤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자발찌와 경찰은 아무 상관이 없다. 설사 보호관찰소에 전자발찌 착용자의 동선을 요청했다고 해도 알려주지 않을 것이 분명해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정채민 형사과장도 “우리에게는 권한이 아예 없다. 권한도 없는 우리가 무슨 요청을 하란 말이냐”며 “전자발찌 수사를 제외하고는 폐쇄회로(CC)TV 분석과 주변인 조사 등 정상적인 수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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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발생 16일 만에 전자발찌 착용자 동선 제공을 요청했지만 이때는 이미 서진환이 중곡동에서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저항하자 무참히 살해하는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고 체포된 나흘 뒤였다.
신 서장의 거짓말은 또 다른 곳에서도 드러났다. 신 서장은 “설사 보호관찰소에 전자발찌 착용자의 동선을 요청했다고 해도 알려주지 않을 것이 분명해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보호관찰소는 5월 15일 중랑서에서 “전자발찌 착용자 이동 경로가 수사에 필요하다면 언제든 협조 요청을 하라”는 내용의 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전국 300여 개 경찰서를 돌며 2년 동안 이 같은 교육을 실시해왔다.
서진환을 관리하는 서울동부보호관찰소 관계자는 “절차에 따라 자료 요청을 할 경우 필요한 자료는 모두 제공한다”며 “면목동 사건처럼 범행 시간과 장소가 명확하다면 그 시각 전자발찌 착용자가 그곳에 있었는지를 곧바로 알려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이사항이 발생하면 관찰관을 통해 조치를 취하지만 성범죄 발생 여부는 경찰이 알려주지 않는 이상 모른다”고 덧붙였다.
서진환의 1차 범행 뒤 2차 범행까지는 13일이란 시간이 있었다. 면목동 성폭행 사건 후 경찰이 보호관찰소에 전화 한 통만 걸어 전자발찌 착용자들의 사건 당일 행적기록 제공을 요청했다면 서진환이 사건 당일 성폭행 장소에 갔다는 사실을 파악해 손쉽게 그를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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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곡동에서 살해당한 주부의 남편 박모 씨(39)는 1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진짜로 우리나라가 너무너무 싫다”며 “며칠이면 확인할 수 있는 것을 확인도 안 했다는 사실이 너무 분하고 억울하다. 서진환의 이동경로만 확인했으면 서진환이 잡혀 들어가고 내 아내는 죽지 않아도 됐을 텐데 정말 너무하다. 무너지는 기분”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채널A 영상]“서진환 동선 조회 안해” 거짓말로 밝혀져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