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파동 1년… 피해자 가족들 끝나지 않은 고통
구급차를 불러 병원을 찾았다. 아내는 중환자실로 바로 들어갔다. 응급실의 의사들은 이유를 알지 못했다. 심장초음파와 X선을 찍었지만 임신 7개월이어서 방사선을 많이 쪼여야 하는 다른 영상기기는 사용하지 못했다.
설 연휴를 앞둔 지난해 2월. 이틀이 지난 뒤 의사가 불렀다. “폐가 하얗게 굳었다”고 말했다. 염증이 생겼다고도 했다. 유 씨는 당시 일을 떠올리면서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7개월 된 둘째 아이를 강제로 출산했는데 이미 배 속에서 숨진 상태였다. 그리고 며칠 뒤 집사람도….” 의사들은 “평소 생활습관이나 병력을 봐도 왜 사망했는지 정확한 원인을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내와 아이를 잃은 그가 괴로운 이유는 또 있다. 실내공기에 같이 노출된 다섯 살짜리 아들이 요즘 간질성 폐렴을 앓고 있어서다. “360일 중에 300일을 약을 먹고 있다. 평생 회복은 안 된다고 하더라”며 자책했다.
가습기살균제의 피해자들은 이렇게 요즘도 악몽 속에서 지낸다. 김성엽(가명·38) 씨 역시 마찬가지. 가습기 안의 곰팡이를 막고 아이들에게 깨끗한 공기를 주려면 살균제를 써야 한다는 선전문구에 이끌린 게 문제였다.
사용 후 4개월이 지나면서 한 살짜리 딸은 마른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상황은 점점 악화돼 입원까지 했다. 아이는 3주 만에 숨졌다. 김 씨는 “아이를 위한다던 내 행동이 아이를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업체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평범했던 직장인인 유 씨는 31일 살균제 제조업체를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 그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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