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도 공천뒷돈 의혹… 檢, 돈 건넨 3명 진술 확보
○ ‘공천 뒷돈’은 모두 47억 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친노(친노무현) 계열 인터넷 방송국인 ‘라디오21’ 전 대표 양경숙 씨(51)와 서울 강서구청 산하 단체장 이모 씨, H세무법인 대표 이모 씨, 부산지역 시행업체 대표 정모 씨 등 모두 4명에 대해 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7일 오후 3시부터 6시간 동안 이들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열었다.
양 씨에게 돈을 건넨 세 사람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양 씨가 박 원내대표 등의 이름을 대며 공천을 약속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이 올 2월 박 원내대표에게 500만 원의 후원금을 내고 3월에는 두 차례나 양 씨와 함께 박 원내대표를 찾아가 만난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박 원내대표 측은 “지난해 말 양 씨 소개로 그들을 만난 적 있고 올 2월에 합법적으로 후원금이 접수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그러나 박 원내대표를 보고 돈을 건넸다는 것은 사실도 아니고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채널A 영상]대검 관계자 “양경숙은 ‘전문가’…공천서 영향력 있었다”
○ 뒷돈 종착지가 수사 초점
양씨 “모두 함께 죽자고?” 공천 뒷돈 수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있는 ‘라디오21’ 전 대표 양경숙 씨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과 글. 양경숙 페이스북 캡처
양 씨는 체포되기 4일 전인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공천 뒷돈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면서도 또 다른 연루자가 있을 가능성을 암시했다. 양 씨는 페이스북에 “지나가는 개도 웃겠다. 공천헌금이라니”라며 “한번 모두 함께 죽자고? 죽으려고? 쓰레기 청소하는 날이 되려나? 얼마나 깨춤을 추고 계실까? 자신들의 무덤인 줄 모르고”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박, 최, 김, 임, 그리고 유”라고 5명을 거론해 이들이 이 사건에 직간접으로 연루됐음을 시사했다.
정치권에서는 양 씨와 친노 그룹 인사들과의 친분설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4·11총선에서 친노계인 한명숙 당시 대표 등이 공천을 주도했기 때문에 양 씨가 그것을 이용하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 양경숙과 ‘라디오21’
전북 전주 출신으로 KBS 등 방송국에서 성우와 PD를 지낸 양 씨는 2001년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의 보좌관을 거쳐 2003, 2004년 열린우리당 방송연설기획실장을 맡으며 정치권에서 인맥을 형성했다. 2010년엔 문성근 민주당 상임고문이 대선 승리를 위해 야권 단일정당을 만들자며 시작한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프로젝트’의 집행위원을 지냈다. 양 씨는 정치권 인맥을 바탕으로 2010년 지방선거 등에서 후보자들의 로고송 등을 제작하는 홍보대행 사업을 해왔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지지자들은 ‘노무현 라디오’를 만들어 선거운동을 했고 노 대통령 당선 뒤인 2003년 2월에는 ‘라디오21’로 정식 개국했다. 방송국 준비기획단엔 양 씨와 문성근 고문, 배우 명계남 씨,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등 친노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양 씨는 이 방송의 대표를 지냈고 지금은 편성본부장이다. ‘막말 파문’으로 4월 총선에서 낙선한 김용민 씨가 이 매체를 통해 막말을 쏟아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