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뮤지컬 ‘샘’ ★★★
화장실로 무대를 꾸민 창작 뮤지컬 ‘샘’. 연희단거리패 제공
변기 3개가 객석을 향하고 있는 여자 화장실. 변비녀(박인화)가 바람난 남자에게 버림 받은 실연의 아픔을 못 이겨 자살하려고 한다. 변기를 뜯어가려고 화장실에 침입한 변기도둑(오동석)이 변비녀의 사정을 알고는 돕자고 나선다. 이 와중에 설사녀(강국희)가 등장해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폭탄 같은 설사를 해대는데, 아뿔싸 그만 좌변기에 엉덩이가 끼여 버린다. 변기도둑과 변비녀가 힘을 합쳐 설사녀를 변기에서 빼내려 하지만 꽉 낀 엉덩이는 꿈쩍도 안한다.
제목은 프랑스 화가 마르셀 뒤샹이 ‘샘(fountain)’이란 제목 아래 변기를 예술품으로 둔갑시킨 것에 착안했다. 주제는 변기도둑이 어린 시절 만난 변기요정의 노랫말에 함축돼 있다. “삶이란 평생 똥오줌을 만드는 과정, 사랑은 서로의 똥오줌을 받아들이는 것.”
화장실은 모순의 공간이다. 생리적 카타르시스의 공간이면서 타인들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키는 밀실이기 때문. 설사녀가 그토록 원하던 아기를 변기 속에 낳을 때 화장실의 칸막이들이 사라지는 것은 그런 모순의 해소로 읽혔다.
:: i :: 9월 9일까지 서울 대학로 게릴라극장. 3만 원. 02-763-1268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