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라면 누구나 시상대 위 가장 높은 자리를 꿈꾼다. 하지만 아무나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금메달의 환호 뒤엔 4년 뒤를 기약해야 하는 선수들의 아쉬움도 있다. 한국 트라이애슬론 사상 최초로 올림픽에 출전한 ‘철인’ 허민호(22·서울시청)와 다이빙 여자 10m 플랫폼 최연소 국가대표 김수지(14·천상중)의 도전도 그랬다.
○ ‘철인’의 도전은 이제 시작
허민호는 이번 올림픽이 아쉽기만 하다. 7일 그는 가장 늦게 결승점을 통과했다. 평소 기록에도 못 미치는 1시간54분30초. 출전한 55명 가운데 54위로 실격된 선수를 제외하면 사실상 꼴찌였다. 허민호는 “평소대로만 달렸다면 20∼25등은 할 수 있었는데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다”고 했다. 첫 종목인 1.5km 수영에선 30위로 선전했지만 40km 사이클과 10km 달리기에서 힘이 부쳤다. 허민호는 “늘 이기던 아시아권 선수들한테도 뒤진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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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허민호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그는 “다음 올림픽에서는 10위 안에 들고 싶다. 취약 종목인 달리기에서 30분대를 깨면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허민호의 수영과 사이클 기록은 상위권 선수들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
그는 올림픽이 채 끝나기도 전인 11일 전북 부안에서 열린 해양스포츠제전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대표팀에서 훈련하느라 팀 성적에 기여를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 여자 박태환을 꿈꾸는 당찬 소녀
14세 소녀 다이버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올림픽 첫 도전의 감흥이 아직 가시지 않은 듯했다. 김수지는 9일 열린 예선에서 215.75점으로 참가한 선수 26명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우승한 중국의 천뤄린과는 176.60점 차. 세계의 벽은 높았다. 난도가 높았던 3차 시기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과 입수 동작에서 실수를 한 것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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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공중에서 자세가 조금 흐트러졌는데도 깔끔하게 입수를 마무리하는 중국 선수들을 보고 많이 배웠다”고 했다. 4년 뒤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예선 통과(18위 내)가 목표다. 조금 더 욕심을 내 12명이 겨루는 결선에도 진출하고 싶단다. 수영 불모지 한국에 금메달을 안긴 박태환의 올림픽 첫 도전은 15세이던 2004년 아테네 대회였다. 김수지는 그보다 어린 나이에 세계무대에 섰다. 다음 올림픽이 기대되는 이유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