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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주펑]북한의 조급증

입력 | 2012-08-14 03:00:00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북한 김정은 집권 이후 7개월 동안 내부에서 일련의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짧은 치마를 입고, 미국 디즈니 만화 캐릭터가 공연에 나오는가 하면 김정은이 대형 놀이동산 준공식에 참가했다. 경제정책에서도 많은 ‘미세조정’이 있었다. 북한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김정은이 나라를 변화시키려 노력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언론과 군부 지도자들이 남북 관계나 대외정책, 현재 처해 있는 국제 환경에 대해 언급할 때는 다시 ‘김정일의 북한’으로 회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전히 호전적이고 도발적이며 수시로 악의적인 보복을 하려는 기류다.

북한은 올해 1월 이후 수차례 한국 지도자에 대한 기습 테러를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위협했다. 6월 하순의 한미 및 한미일 군사훈련에 대해서도 북은 ‘직접적 타격’을 발동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실제적인 초강경 물리적 공세’로 되갚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미 양국은 이달 하순 을지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6일 제임스 서먼 한미연합사령관에게 보낸 통지문에서 “지금 우리 군대와 인민의 반미 보복 의지는 극한점에 달했다”고 위협했다. 북한이 번번이 내뱉는 이런 수사는 이미 힘이 빠져 버린 ‘초강력 엄포’의 연속일 뿐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핵심 권력 그룹은 두 가지 사안에 몰두하고 있다. 첫째는 김씨 일가의 3대 세습을 의심과 도전의 여지가 없는 절대적인 권위로 완성시켜 김정은 후계 체제를 수립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젊은 김정은은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칭호를 계승했을 뿐 아니라 북한의 모든 정치적 수단을 동원해 개인숭배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런던 올림픽에서도 북한의 역도 메달리스트들은 공을 ‘김정은 지도자 동지’에게 돌렸다.

두 번째는 북한 경제를 회복시켜 김정은 정권의 생존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권력체제가 실질적으로 변하지 않고, 북한의 세계에 대한 인식과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바뀌지 않는 이상 진정한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북한 언론과 군부의 도전적인 언사는 위협 이상의 의도를 갖고 있다. 반복적으로 내뱉는 ‘미국의 북한 적대시’와 ‘한국의 최고 존엄 모독’ 같은 말은 핵을 포기하지 않기 위한 여론 조성용이다. 북한 정권이 내부를 제어하고 김정은의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중요한 정치적 자원이기도 하다. 한미의 공격 위협과 장기적인 적대 정책을 강조함으로써 ‘자위적인 핵 저지력’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다. 북한은 이를 통해 핵을 포기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억누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김정은 정권이 선대 정권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이 진정한 핵 포기 의사를 보이지 않으면 국제사회는 북한과 정상적인 교류를 회복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경제와 민생이 호전될 것으로 기대할 수도 없다. 북한이 ‘조급증’과 ‘호전성’을 고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없다. 정권에 해롭기만 할 뿐이다. 젊은 김정은은 스위스에서 유학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국제적 안목을 갖고 있을 것이다.

중국의 고대 경전인 시경(詩經)에는 ‘주수구방, 기명유신(周雖舊邦, 其命維新)’이라는 명언이 있다. 비록 오랜 역사를 가진 주나라지만 황제의 통치가 지속되려면 반드시 개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김정은도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