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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관 1시장, 전통시장 가는 날]코스콤-영등포 대신시장

입력 | 2012-08-14 03:00:00

시장입구에 IT를 입혔다… 행인들 시선이 달라졌다




우주하 코스콤 대표이사는 1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대신시장에서 ‘전통시장 가는 날’ 행사를 열고 시장 입구에 새로운 발광다이오드(LED)간판 및 전광판 기증식을 했다. 우 대표는 “전통시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진정한 이웃사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코스콤 제공

“하나, 둘, 셋…모두 함께 줄을 당깁시다.”

8월 1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1동 대신시장에서는 작지만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40년이 넘도록 큰 변화가 없던 낡은 시장입구에 밝고 화사한 발광다이오드(LED)간판 및 전광판이 새롭게 설치된 것이다. ‘대 신 시 장’이라고 크게 쓰인 간판 아래는 그날그날의 시장물가와 생활정보가 문자로 표시돼 행인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금융 정보기술(IT)기업인 코스콤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봉사활동을 찾다보니 결국 전통시장 첨단간판에까지 생각이 미쳤습니다. 침체된 시장분위기를 일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매달 1회씩 ‘전통시장 가는 날’ 행사를 겸해 이날 시장을 찾은 우주하 코스콤 대표이사(56)와 임직원들은 뿌듯한 표정으로 간판을 바라보았다. 상인들이 감사의 표시로 간판 아래쪽에 ‘㈜코스콤 기증’이라는 문구를 집어넣었기 때문. 당초 아무런 조건 없이 간판 제작비용을 기증한 코스콤으로서는 상인들의 감사표시에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코스콤은 한국거래소와 함께 주식과 채권 등 자본시장 전반의 시황과 매매체결을 전담하는 금융 IT전문기업이다. 오랜 기간 공공 IT인프라 사업에 매진해 온 기업의 특성상 자연스럽게 치매노인 방문 및 연말연시 이웃사랑 봉사활동 등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임해왔다.

회사가 금융시장의 중심인 여의도에 있기 때문에 ‘1기관 1시장’ 캠페인 참여는 조금 의외일 수 있다. 하지만 우 대표는 “오히려 서울 도심부에도 낙후된 전통시장이 많다”고 판단해 조사를 지시했고, 서울 영등포구 지역 탐문활동을 벌인 끝에 작고 허름한 대신시장을 파트너로 선정한 것이다.

대방동과 신길동의 앞 글자에서 이름을 따온 ‘대신시장’은 100여 개의 상가가 오밀조밀 밀집한 평범한 도심형 전통시장 가운데 하나다. 입지조건이라고 해봐야 40년 전에 지어진 주상복합 아파트 1층과 도로변이 전부지만, 그래도 한때는 200여 개 상점과 노점상이 빼곡히 들어설 정도로 지역상권의 중심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제는 노년층과 외국인노동자들만 주로 찾는 쇠락한 장터가 됐다.

“대신시장과 자매결연을 하고 나서 느낀 점은 전통시장 간에도 많은 격차가 있다는 것입니다. 대신시장은 오늘날 전통시장의 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그래서 더더욱 지역 사회의 따뜻한 애정이 필요한 곳이더군요.”

우 대표와 코스콤 임직원들은 지난해 연말부터 대신시장 활성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무엇보다 회사에서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점을 활용해 매달 ‘전통시장 가는 날’ 행사를 벌이며 온누리 상품권 활용도 꾸준하게 늘려갔다.

특히 코스콤이 진행하는 각종 사회공헌활동과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을 연계하는 ‘1석2조’ 운동에 역점을 쏟았다. 보육원이나 양로원에서 필요한 물품을 대신시장을 통해 구입하는 방식이다. 간판 교체 사업도 바로 이런 대신시장에 대한 꾸준한 애정에서 나온 지원사업이다.

현재 176개의 정규점포 가운데 약 100개 정도가 영업을 하고 있고, 그나마 최근 들어 빈 점포가 늘어갈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그래서일까? 코스콤 직원들은 매번 대신시장을 올 때마다 “다른 기업보다 우리 코스콤의 능력을 활용해 대신시장의 발전을 도모하는 방법이 없을까?”란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이런 고민 아래 코스콤은 상인들을 상대로 PC활용, 인터넷뱅킹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왔으며 IT고객만족(CS)서비스 노하우를 기반으로 시장상인의 서비스 마인드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우 대표는 “앞으론 금융 IT를 담당하는 회사의 업무 특성을 반영해 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IT교육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면서 “전통시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진짜 이웃사촌이 되겠다는 것이 우리의 소박한 꿈이다”고 밝혔다.
▼ 60∼70년대 최신식 명성… 지금은 절반이 빈상점 ▼

■ 영등포 대신시장

“그 흔한 인터넷 맛집이나 특산품이 없는 시장이에요. 대부분 노인들이 상가를 지키고 있는 쇠락한 시장입니다. 재건축하기 전까지는 뚜렷한 해답이 없어요.”

시장의 장점을 소개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안영봉 대신시장 상인회장(74)은 체념한 듯 이렇게 답했다. 한마디로 시장을 활성화할 만한 내부 역량이 부족하다는 고백이었다. 대로변을 마주한 상가를 제외한 면적 4600m²의 시장 내부는 절반 가까이 빈상가일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 보였다.

영등포 대신시장의 역사는 1965년, 당시 서울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최신식 ‘대신상가아파트’가 세워질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만 오면 물이 차던 이 지역에 들어선 최초의 주상복합 건물 덕분에 “장을 보면서도 비를 맞지 않는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979년 3월에는 큰 화재가 발생해 200여 개 상가를 모두 태우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시장의 인기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인근 상권이 활성화되고 상인과 건물 모두 노쇠하면서 어느새 대신시장은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

안 상인회장은 “마지막 희망은 상가와 아파트 단지 전체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특례법에 따라 500% 용적률을 받아 재건축하는 것뿐이다”면서 “이마저도 부동산 경기침체로 미래를 장담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뛰어난 입지조건과 오랜 기간 쌓아온 명성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라는 평가다.
:: 코스콤은? ::

1977년 한국증권전산으로 출범한 코스콤(Koscom)은 증권시장과 증권업계 업무의 전산화를 전담하기 위해 당시 재무부와 증권거래소가 설립한 금융 IT 솔루션 전문회사다. 설립 이후 30년간 자본시장 IT 인프라 구축 및 운용을 통해 증권과 파생상품 시장의 발전을 견인해 왔으며 최근엔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통해 자본시장 IT한류 전도사 역할까지 하고 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