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곳 수정… 15일 공개
10년의 수정 작업 끝에 박경리 선생의 ‘토지’ 결정판이 빛을 보게 됐다. 9일 원주시 흥업면 토지문화관에서 열린 출간기념회에 참석한 이상만 마로니에북스 대표, 이승윤 방송대 교수, 최유희 중앙대 교수,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 이상진 방송대 교수, 최유찬 연세대 교수, 박상민 가톨릭대 교수(왼쪽부터). 원주=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잔치는 밤늦게까지 이어졌고, 선생의 얼굴도 큰 짐을 벗은 듯 환했다. 자리가 파할 때쯤 한 기자가 “이젠 무얼 하실 겁니까”라고 묻자 선생은 길게 생각도 않고 답했다. “이제 토지를 수정해야죠.”
박경리 선생은 이 장대한 작품에 수많은 오류가 있음을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이 때문에 생전에 오류와 오자 등을 바로잡은 ‘정본(定本)’의 출간을 원했다. 2002년부터 ‘토지’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상진 이승윤 최유희 조윤아 박상민 등 연구자들로 토지편찬위원회를 꾸려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마로니에출판사와 토지편찬위원회는 10여 년의 작업 끝에 각종 오류를 잡은 ‘토지’ 결정본(총 20권)을 완성해 15일 일반에 공개한다. 선생이 토지를 완간한 지 꼭 18년이 되는 날이다. 연재물을 기본으로 여러 단행본들과 비교해 총 6000여 곳을 수정한 ‘토지 정본’이다. 9일 원주시 흥업면 토지문화관에서 열린 출간기념회에 참석한 박경리 선생의 딸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의 얼굴은 밝았다.
“어머니는 워낙 철두철미하고 꼼꼼한 분이셨어요. ‘이쯤하면 되지 않을까’하는 것들도 어지럼증이 일 정도로 살피고 또 살피셨죠. 한때는 그 철두철미함에 치를 떨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철저함이 어머니의 지금 모습을 가능케 했던 것 같아요. 이제는 그런 (철두철미했던) 모습이 사랑스럽게 느껴집니다.”
10년이 걸린 결정본이다. 선생은 ‘이쯤에서’ 만족하실까. 김 이사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마 어머니가 살아계신다면 지금도 토지를 손보고 계실 거예요. 베스트의 베스트가 나올 때까지요.”
원주=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