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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지려능리(砥려能利)

입력 | 2012-08-08 03:00:00

砥: 고운 숫돌 지 려: 갈 려 能: 능할 능 利: 날카로울 리




명품이란 끊임없는 단련의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로, 순자(荀子)의 ‘성악(性惡)’ 편에 나오는 말이다. 순자는 제나라 환공(桓公)의 총(蔥), 강태공(姜太公)의 궐(闕), 주나라 문왕의 녹(錄), 초나라 장왕의 흘(G), 오왕 합려의 간장(干將)과 막야(莫耶), 거궐(鉅闕)과 벽려((벽,피)閭), 이것들은 모두 고대의 훌륭한 검이라고 말하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고운 숫돌에 갈지 않으면 날카로워질 수 없고 사람의 힘을 들이지 않고는 자를 수도 없다(不可砥(려,여), 則不能利, 不得人力, 則不能斷).”

순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간장과 막야를 비롯한 천하의 명검들은 끊임없는 시행착오와 단련의 과정을 거쳐서 탄생한 것이지 그 어느 한순간 뚝딱하여 나온 것이 아니라는 논지다. 오월춘추(吳越春秋)의 ‘합려내전(闔閭內傳)’에 나오는 간장막야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당시 오나라 왕이던 합려(闔閭)는 간장을 불러 명검 두 자루를 만들도록 명령했다. 간장은 나라에서 제일가는 대장장이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기에 최선을 다해 칼을 만들려고 했다.

그는 정선된 청동만으로 칼을 주조하기 시작했는데 이 청동은 삼 년이 지나도록 녹지 않았다. 왕의 독촉은 매일매일 계속되고 청동은 녹을 기미조차 보이지 않으므로 그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이 청동을 하루속히 녹여 칼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그는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날이 많았다. 그러던 중 아내 막야가 청동을 녹일 방법을 알아냈고 청동을 녹여 손색없는 천하의 명검을 만들어 음양의 원리에 따라 양(陽)으로 된 칼에는 간장이라는 이름을 새기고 음(陰)으로 된 칼에는 막야라고 새겼다.

적어도 순자의 사유는 사람의 품성이란 주어진 환경이나 주위 사람에게 깊은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으로서 기본적으로 악한 인간의 본성에 ‘작위(僞)’란 필요악일 수밖에 없다는 논지가 깔려 있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