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 거리 집단응원 → 2012 메시지 응원
2일 오전 1시 런던 올림픽 축구 예선 한국-가봉전이 열리는 동안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타임스퀘어 로비에서 빨간 옷을 입은 시민 250여 명이 모여 응원을 펼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대규모 거리응원 시대는 저물었나?
2012 런던 올림픽이 열리고 있지만 시민들의 거리응원 열기는 예전 같지 않다. 이날 타임스퀘어 행사를 주최한 방송사가 인터넷을 통해 응원전을 사전 홍보했지만 모인 사람은 250명가량밖에 되지 않았다. 과거 월드컵은 물론이고 2004년 8월 22일 파라과이와의 아테네 올림픽 축구 8강전을 응원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 일대와 서울 시청 광장에 5만여 명의 인파가 운집했던 것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2012 런던 올림픽은 대부분의 경기가 심야에 이뤄지기 때문에 집에서 TV를 보며 조용히 응원하는 사람이 많다. 집 밖으로 나가더라도 가까운 공원이나 호프집 등지에서 서너 명이 야식을 먹으며 응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과거 대규모 응원 행사를 마련했던 기업이 야간 소음과 홍보 효과 부족 등을 이유로 거리응원 이벤트 자체를 줄인 것도 거리응원 위축의 원인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거리응원 무대 비용을 지원했던 SK텔레콤 관계자는 “월드컵에 비해 관심이 낮은 올림픽 경기는 거리응원 참가자가 많지 않은 데다 야간 거리응원은 안전과 귀가 교통편 부족 등의 문제가 있어 거리 응원 자체를 기획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거리응원 활성화의 기점이 됐던 2002년 한일 월드컵으로부터 10년이 지나 거리응원 문화에 식상해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2002년 서울시청 서울광장에서 응원을 이끌며 대중 응원의 마술사로 떠올랐던 ‘태극전사 서포터스’의 윤대일 조직위원장(42·전 붉은악마)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만 해도 강원 춘천시와 경기 수원시 월드컵 경기장 등을 오가며 거리응원을 펼쳤지만 최근에는 전혀 활동하지 않고 있다. 태극전사 서포터스 홈페이지는 폐쇄됐다. 거리응원 후기를 다루는 윤 씨의 개인 홈페이지도 올 6월 중순을 끝으로 새 소식이 없다.
○ ‘최고’보다 ‘최선’… ‘공감의 응원문화’가 확산
SNS분석 사이트 소셜메트릭스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트위터와 블로그에서 언급된 ‘올림픽’ 관련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최고’(4861건·9위), ‘우승’(3729건·15위) 등의 단어보다 ‘화이팅’(1만6429건·1위), ‘최선’(6562건·4위) 등의 단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SNS 이용이 잦은 젊은이들이 아깝게 메달을 놓친 선수들에 대한 응원 메시지를 SNS를 통해 쏟아 내고 있다”며 “취업난 등 현실의 각박함에 위로를 원하는 젊은 세대가 땀 흘린 선수들의 안타까운 실패에 공감하며 스스로를 치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김진우 기자 u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