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에 뛰어든 47세 서현철… 허 찌르는 연기로 코믹극 캐스팅 1순위‘미친 존재감’ 42세 김원해… 몰입연기 빨려들다보면 웃음폭탄 터져
관객의 배꼽을 확실히 책임지는 두 중년배우가 대학로 희극지왕(喜劇之王)의 자리를 놓고 닭싸움 한판을 펼친다. 서른에 연극에 입문해 타이밍의 연기로 관객의 웃음을 훔치는 서현철(왼쪽)과 불혹을 앞둔 나이에다시 연극판에 뛰어들어 반전연기의 진수를 보여주고있는 김원해.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서 씨는 현재 대학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 가운데 한 명이다. 출연 중인 두 작품 앞뒤로 영국을 대표하는 희극 ‘노이즈 오프’와 프랑스 희극의 진수를 보여주는 ‘웨딩스캔들-게이결혼식’에도 징검다리 식으로 출연하고 있다. 연말 무대화될 일본만화 원작의 창작뮤지컬 ‘심야식당’에도 캐스팅됐다. 2010년 연극열전 4 최고흥행작으로 꼽히는 미타니 고키 원작의 ‘너와 함께 라면’과 김영하 소설 원작의 ‘오빠가 돌아왔다’를 통해 ‘대학로 배꼽을 책임지는 배우’로 우뚝 섰다.
김 씨의 경우 다작은 아니다. 5·18 광주의 비극을 블랙코미디로 푼 ‘짬뽕’과 한국사회의 가족해체 현상을 블랙코미디로 푼 ‘오빠가 돌아왔다’ 등 주로 창작극에서 ‘미친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그의 매력이 폭발한 작품은 2011년 출연한 ‘키사라기 미키짱’이었다. ‘번역극 어투가 어색해 싫다’며 창작극만 고집해온 그를 사실상 첫 외도에 나서게 만든 작품이었다. 이 작품에서 그는 외모 콤플렉스와 허당 카리스마로 중무장한 기무라 다쿠야 역으로 출연해 대학로 최고의 반전 코미디왕에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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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두 사람이 함께 호흡을 맞춘 유일한 연극 ‘늘근 도둑 이야기’에서 네 살 연상의 서 씨는 코믹한 상황을 주도하는 덜 늙은 도둑 역을 맡고, 연하의 김 씨는 반 박자 늦게 터지는 웃음을 선사하는 더 늙은 도둑 역을 맡았다.
현실에선 반대다. 서 씨는 회식 자리에서 갑작스레 사회를 맡기면 급당황하는 소심한 스타일이다. 너무 점잖다고 별명이 ‘새끼 공자’였단다. 반면 김 씨는 어린 시절부터 회식 자리에선 마이크 못 잡으면 안달 나는 외향적 스타일이다. 학창시절 별명도 ‘까불이’.
김 씨는 “형님의 웃음연기 노하우를 배우려고 정말 노력 많이 했는데 정말 타고난 거라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서 씨는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존재할 때만 웃길 수 있다”고 말했다. 웃음 본능이 더 강한 김 씨 역시 “이것저것 해봤지만 진정성 있는 연기만 한 무기가 없다”고 말했다.
둘은 늦깎이로 빛을 본 배우라는 공통점이 있다. 학창시절 내내 평범했다는 서 씨는 나이 서른에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고 연극판에 뛰어들었다. “서른 살까지는 남들처럼 살다가 서른 살 이후는 정말 내가 하고픈 걸 하고 살자고 결심했던 걸 실천에 옮긴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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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 같은 인생역전을 꿈꾸는 배우 지망생들에게 들려줄 말이 궁금했다. 서 씨는 “자기가 선택한 거니까 평생 빛을 못 봐도 후회 없다는 간절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 역시 “남들 평생 겪을 마음고생을 무명시절에 한꺼번에 몰아서 겪는다 생각해보라”며 “이왕이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시작하라”고 충고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김지은 인턴기자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