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씨 본보-채널A 인터뷰“인상착의 분명하게 기억… 변호사 조언받아 방법 모색”
김 씨는 31일에도 동아일보,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나를 고문한 조사관 3명의 인상착의가 머릿속에 분명하게 각인돼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를 포함해 기회가 있을 때 이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밝히겠다”고 했다. 이어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을지 변호사에게 자문할 예정”이라며 “중국 법원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방안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환석방대책위원회의 최홍재 대변인도 “중국이 우리의 진상규명 요청에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경우 당시 조사에 참여했던 중국 조사관과 김 씨의 대질, 조서 공개 등을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문을 가한 조사관이 누구인지 찾아내 진상을 확인해 달라는 구체적인 요구로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얘기다.
조 대변인은 “김 씨가 유엔 및 다자 차원의 인권문제 메커니즘을 통해 문제를 제기할 경우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며 국제기구를 통해 문제를 삼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했다. 외교부는 아울러 “현재 중국 내에 수감 중인 625명의 한국인 모두에 대해서도 추가 영사면담을 통해 가혹행위 여부를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정부의 정면 대응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고문은 없었다”며 부인하고 있어 사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실은 이날 김 씨 사건에 대한 한국 언론의 질의에 “중국의 주관 부문(국가안전부를 지칭)이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법에 따라 조사를 진행했다”며 “한국인 사건 연루자의 합법적인 권익을 보장했고 관련 내용을 한국 정부에 이미 전달했다”고 밝혔다.
▼ 외교부 “中수감 한국인 625명 전원 가혹행위 여부 조사” ▼
한편으로 정부는 김 씨가 “정부가 ‘중국의 고문 사실을 밝히는 것에 대해 신중히 판단해 달라’고 했다”고 밝힌 데 대해 그런 요구 사실 자체를 부인하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외교부와 국가정보원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김 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외교부와 국정원 양쪽이 모두 (나와 동료에게) 신중하게 판단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거듭 확인했다. 다만 그는 자신의 주장이 ‘진실 게임’ 양상으로 번지는 것을 의식한 듯 “이를 압력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정부가 중국 측에서 고문 사실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면 그것을 밝혀줬으면 좋겠다. 왜 첫 영사접견이 그렇게 늦어진 것인지, 정부가 이를 중국에 얼마나 명확히 요구한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먼저 설명해줘야 우리가 중국에 해명을 요구할 수 있다”며 정부 측의 답변을 촉구했다.
김 씨는 중국이 한국 측에 ‘기획탈북’ 지원 중단 등을 석방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소문에 대해 “중국이 협상 과정에서 정부에 무슨 조건을 내걸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석방을 위해 그런 식의 조건은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며 “차라리 (중국이 기소를 하면) 재판을 통해 이 문제를 세상에 알리자는 것이 나의 일관된 주장이었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김정안 채널A 기자 j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