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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클래식 페스티벌의 ‘숨은 큰손’ 외국인 관객을 모셔라

입력 | 2012-08-01 03:00:00

■ 주최측 해외 마케팅 ‘불꽃’




지난달 27일 새벽 4시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 레드 스테이지는 여전히 뜨거웠다. 마지막 무대였던 DJ 코난의 디제잉에 관객들은 열광했다. CJ E&M 제공

《 지난달 27일 경기 이천에서 열린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 호주 태생의 브래드 씨와 타마라 씨 커플은 한껏 흥에 겨워 있었다. 페스티벌이 열린 지산포레스트리조트는 강렬한 록을 배경으로 땀과 열정, 맥주와 치킨이 넘실거렸다. 홍콩에 거주하는 두 사람은 이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5박 6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처음에는 같은 날짜에 열리는 일본 후지 록 페스티벌에 가려고 했다. 똑같이 ‘라디오헤드’가 오는데 지산 록 페스티벌 가격이 더 저렴해서 한국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K팝 콘서트와 한류 스타가 출연하는 뮤지컬 공연장뿐만이 아니다. 이제는 록과 클래식 여름 음악축제에서도 외국인 관객을 마주치는 일이 드물지 않게 됐다. 올해 ‘라디오헤드’를 비롯해 영국 밴드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 고티에 등 동시대 최고 팝스타들이 한국 무대를 찾는 데다 일본에 비해 가격경쟁력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

지난달 27일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을 찾은 외국인 관객들이 카메라 앞에서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CJ E&M 제공

지난해 6∼8월 6개이던 여름 뮤직 페스티벌은 올해 10개로 늘어났다. 지난해까지 지산과 펜타포트가 대표적인 축제로 손꼽혔다. 올 들어서는 일본 서머소닉 페스티벌과 출연진을 공유하는 슈퍼소닉 페스티벌, 세계적인 지명도가 있는 울트라뮤직페스티벌(UMF)이 한국에 처음 상륙한다. 후지 록 페스티벌은 3일권 가격이 30만 원대 후반인 반면, 지산은 25만 원이다. 서머소닉은 2일권이 약 39만 원이지만, 슈퍼소닉은 2일권이 24만 원이다.

○ “같은 스타를 더 싸게 만난다”

‘불꽃 튀는’ 국내 여름 페스티벌 시장에서 성공의 관건은 외국인 관객을 얼마나 많이 유치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을 주관한 CJ E&M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 관객은 전체 관객의 15%를 차지했다. 지난해 7%에 비하면 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 현재 집계된 총 관객 수가 10만1000여 명이므로 외국인 관객 1만5000여 명이 이 페스티벌을 찾은 셈이다. CJ E&M은 이들을 위해 공식 사이트와 페이스북, 트위터에서 영문 서비스를 제공했다. 홍콩과학기술대를 다니는 그레이엄 차우 씨를 비롯해 해외에서 입국하는 외국인 관객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인천공항에서 이천까지 어떻게 가는가’, ‘주변에 어떤 관광지가 있는가’ 등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3, 4일 열리는 UMF도 해외 관객 모시기에 발 벗고 나섰다. 아시아 최초로 올해 한국에서 열리는 UMF는 일본, 중국, 홍콩, 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 티켓을 동시에 판매했다. 사전 예매된 2만5000장 중 약 20%가 해외에서 팔려 아시아 시장 확대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25만 원짜리 VIP 티켓 1400장 중 30%가 일본과 중국에서 판매됐다. 한류 스타 장근석을 DJ로 초대한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유진선 뉴벤처엔터테인먼트 팀장은 “장근석은 일본을 타깃으로 한 라인업으로 ‘셀링 포인트’로 잡았다. 또 인력의 절반을 외국 국적 스태프로 충원해 해외 관객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팀장은 “올해 숙박과 항공편을 못 구해 예매를 취소한 관객이 있는 만큼 내년에는 관광, 숙박, 항공을 연계해 패키지 상품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10∼12일 열리는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스노 패트롤’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 ‘크리스털 캐슬스’ 등 해외 유명 밴드를 초대해 외국인 관객을 늘렸다. 일본,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대만 등의 해외 밴드 7팀이 스태프 100여 명과 각각의 팬클럽 50여 명씩과 함께 들어온다. 홍보를 맡은 김도연 아이디어랩 팀장은 “해외 유명 밴드와 함께 내한하는 팬들이 한국에 온 김에 다른 공연까지 보고 가겠다고 해 갈 만한 페스티벌을 소개해 줬다”고 말했다. 중국, 일본 관객의 접근 편의를 고려해 행사장을 지난해까지 열었던 드림파크에서 올해는 인천여객터미널로 옮긴 점도 해외 관객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 클래식 ‘명망 있는 한국 연주가’ 내세워

국내 클래식 음악축제 가운데는 매년 7, 8월 강원 평창군에서 펼쳐지는 대관령국제음악제와 3월 경남 통영에서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가 외국인 관객을 끌 만한 페스티벌로 꼽힌다. 26일 대관령국제음악제가 열린 알펜시아리조트 내 뮤직텐트에는 여행을 온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바이올리니스트 폴 황이 연주하는 ‘루마니아 민속 춤곡’ 영상 중계에 빠져 있었다. 대관령국제음악제 측은 “아직 해외 관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축제 기간에 리조트에 머무는 외국 관광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여름 축제는 아니지만 매년 4월 일본 벳푸에서는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주관하는 ‘벳푸 페스티벌’이 열린다. 축제 기간이면 시골 마을이 동서양 관객들로 북적인다. 정재옥 크레디아 대표는 “아르헤리치라는 스타 연주자와 4, 5시간에 걸쳐 열리는 마라톤 콘서트가 벳푸의 상징”이라면서 “대관령국제음악제도 정경화라는 명망 있는 연주자가 예술감독을 맡고 있고 연주도 한다는 것을 해외에 널리 알리면 충분히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의전당과 국립극장도 외국인 관객을 유치하기 위해 분주하다. 예술의전당은 지난달 초 ‘서비스 사업부’를 신설하고 일본의 멤버십 여행사와 연계해 패키지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또 국내 특급호텔과 협약을 맺어 투숙객을 공연장으로 끌어당길 계획이다. 국립극장도 지난달 23일 서울관광마케팅과 외국 관광객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권오혁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김지은 인턴기자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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