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학력 이유로 대출거절 3년동안 1만4128건이나
황진영 경제부 기자
당시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에는 고졸 출신 사장이 많았다. 신한카드 이재우 사장, 신한캐피탈 한도희 사장, 제주은행 윤광림 행장, 신한신용정보 이판암 사장 등은 모두 신한은행에서 승승장구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까지 올랐다. 고졸 출신 라 회장이 은행장과 지주회사 회장으로 장수하면서 신한은행에는 ‘가방끈’ 길이를 중시하지 않는 조직 문화가 형성됐다. 인사도 철저히 실적 위주로 했다. 본점의 기획 및 인사부서, 비서실 출신들이 출세하던 다른 시중은행들과 달리 신한은행은 일선 지점에서 탁월한 실적을 거둔 직원들이 요직에 발탁됐다.
경북 상주 출신 라 회장이 전북 군산 출신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을 중용한 것도 그의 뛰어난 실적을 높기 샀기 때문이었다. 신 전 사장은 지점장 시절 전국 영업점 업적 평가대회에서 신한대상을 2차례나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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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3일 발표된 감사원의 ‘금융권역별 감독 실태’ 보고서에 드러난 신한은행의 ‘민낯’은 창구 바깥에서 어렴풋이 보이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고졸 직원들’에게는 공평한 기회를 줬을지 모르지만 ‘고졸 고객들’에게는 공평한 대우를 하지 않는 이중적인 모습이었다.
2008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3년간 신한은행이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용대출을 거절한 횟수는 1만4128건에 달한다. 전체 신용대출 거절 건수의 31.9%다. 이 기간에 고졸 고객들에게 높은 금리를 부과해 챙긴 돈이 17억 원에 달한다.
고졸 고객들에게 금리 차별을 한 당사자가 겉으로는 ‘고졸 신화’를 앞세웠던 신한은행이기 때문에 느끼는 배신감이 몇 배나 큰 것 같다.
황진영 경제부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