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접근성’ 무심한 한국
외국인이 ‘Gyeongbokgung(경복궁)’과 ‘Seokguram(석굴암)’의 설명을 찾으려면 통상 구글, 야후 같은 인터넷 검색엔진에서 검색을 한다. 하지만 이런 검색엔진에서는 석굴암을 영어로 쳐도 문화재청 웹사이트의 콘텐츠가 검색되지 않는다.
문화재청이 해당 웹사이트에 대한 검색엔진의 접근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보라고 만들어 놓은 자료를 외국인이 쓰는 검색엔진에서 검색되지 않도록 막아놓는 게 예삿일처럼 벌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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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취재 결과 ‘인터넷 강국’이란 말이 무색하게 외국인을 위해 만든 한국의 수많은 인터넷 정보가 세상을 향한 문을 꼭꼭 걸어 잠근 채 숨겨져 있었다. 한류스타 ‘빅뱅’을 검색하면 공식 웹사이트가 검색되지 않는다. ‘빅뱅의 앨범(Big Bang disco-graphy)’을 검색해도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의 공식 자료 대신 팬들이 만든 자료만 올라온다. 이랜드그룹도 미국 사업을 벌이면서 ‘후아유’라는 패션 브랜드의 웹사이트를 만들었지만 역시 검색되지 않는다.
숙명여대 웹발전연구소가 최근 43개 정부 중앙행정부처 웹사이트에 대한 검색 접근성을 조사한 결과 43개 부처 가운데 14곳의 웹사이트가 외부 검색엔진의 접근을 완전히 차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개하지 못할 정보가 있어서가 아니다. 비밀 정보를 다루는 국가정보원은 국정원의 역할 등을 잘 검색되도록 공개한 반면에 국민에게 공개할 생활정보가 많은 보건복지부나 여성가족부 웹사이트는 차단돼 있었다.
구글, 네이버 같은 검색엔진은 사람이 눈으로 웹사이트를 보고 글씨를 읽고 클릭하듯 ‘로봇’이라고 불리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웹사이트를 읽고 색인으로 저장한다. 그리고 나중에 검색어를 색인과 대조해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생활 보호 등의 목적으로 ‘로봇배제표준’이란 약속이 생겼다. 웹사이트에 ‘robots.txt’라는 파일을 만들면 검색엔진이 이를 ‘출입금지 팻말’로 보고 접근하지 않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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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남 숙명여대 웹발전연구소 교수는 “국내 웹사이트가 외부 검색을 차단하는 건 과거 관리가 서툴러 개인정보까지 검색됐던 탓에 생긴 지나친 우려 때문으로 보이지만 마땅히 공개할 정보까지 함께 막는다면 웹사이트를 만든 취지를 살리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