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악화에 국민들 국경으로… 美 “국내 떠도는 난민 50만명”
이라크 난민 출신으로 시리아 남편과 결혼한 도모우 씨(19).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 사이다 제이나브에 살던 그녀는 15일만 해도 병원에서 태어난 둘째 때문에 행복했다. 그러나 18일 반군과 정부군의 교전 때문에 병원이 정전돼 인큐베이터에 있던 아이가 숨지면서 악몽으로 변했다. 이 부부는 첫딸에 생각이 미치자 탈출을 결심했다. 부부는 정부군의 포격과 총탄을 피해 10여 km를 걷다가 택시를 탈 수 있었다. 도중에 10대 소년들이 시신을 걷어차는 장면과 시신이 그득한 앰뷸런스도 목격했다.
19, 20일 레바논으로 탈출한 최대 3만 명의 시리아 난민 가운데 하나인 이 부부의 사연을 워싱턴포스트가 22일 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은 최근 극적으로 늘어난 난민 사태에 대해 “폭력 사태가 악화되면서 시리아 시민들이 집을 떠날 수밖에 없는 사태에 우려한다”고 말했다. CNN방송도 21일 ‘폭력을 피해 시리아인들이 국경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제목으로 난민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남부 다라 주의 헤라크에서 택시 기사를 하던 수니파 A 씨(29)는 아내와 두 딸, 여동생들과 함께 16일 고향을 떠나 요르단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A 씨는 “난민수용소에 온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 최악의 일이지만, 아이들의 장래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우유 사기도 어렵고, 진료는 꿈도 못 꾸는 상황이라는 것. 더구나 그는 올해 1월 환전소 앞에서 남자 3명을 태웠다가 붙잡혀가 죽도록 맞았다. 반군 시위 가담자들을 태웠다는 이유였다.
윤양섭 선임기자 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