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구금 113일만에 풀려나… 中과 ‘이면합의’ 여부 관심
김영환 씨 등 한국인 4명이 중국에서 체포된 사실을 보도한 본보 5월 15일자 A1면.
김 씨와 동료인 유재길(43) 강신삼(41) 이상용 씨(31)는 이날 오후 강제추방 형식으로 풀려나 선양(瀋陽)발 대한항공 편으로 입국했다. 중국 당국은 전날 정부에 “양국 관계를 고려해 김 씨 일행을 석방하기로 했다”고 통보했고, 정부 관계자들은 이들 4명이 선양 공항에서 비행기에 탑승하기 직전에 중국 측으로부터 신병을 인도받았다.
오후 8시경 인천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김 씨는 취재진 앞에서 자신의 석방을 도와준 한국 정부와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표시한 뒤 “북한의 현실은 참혹한 인권 실상과 잔혹한 독재에 시달리고 있다. 어떠한 탄압에도 북한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카메라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기도 했다.
1980년대 주사파 운동권의 대부로서 ‘강철서신’의 저자로 유명한 김 씨는 1990년대 말 주체사상에 회의를 느끼고 전향한 뒤 북한인권운동가로 활동해 왔다. 3월 29일 랴오닝 성 다롄(大連)에서 동료들과 회의를 하던 중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 中 공안부장 방한 일주일만에 전격 석방 ▼
○ 석방까지 험난했던 협상 과정
20일 중국에서 풀려난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 씨(오른쪽) 등 4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 국해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건강 상태를 묻는 질문에 “좋다”고 답했다. 그러나 체포 경위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앞으로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인천=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중국은 이때까지 김 씨에 대해서만 영사 접견을 허용했고 나머지 3명은 ‘영사 접견 포기’ 각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접견은 물론이고 전화 연결조차 해주지 않았다. 중국이 이들을 다롄에서 체포한 뒤 북-중 접경지역인 단둥(丹東)의 구금시설로 데려간 것이 알려지면서 “북한이 조사 과정에 개입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정부는 장신썬(張흠森) 주한 중국대사를 불러 공정한 처리를 촉구하는 등 외교 압박을 가했다. 방한한 일리애나 로스레티넌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이 김 씨 석방을 요구했고,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 서한을 보내 힘을 보탰다.
○ 남은 과제, 풀어야 할 숙제들
김영환 씨 등 한국인 4명이 중국에서 체포된 사실을 보도한 본보 5월 15일자 A1면.
중국이 김 씨 석방의 대가로 요구해온 중국인 류모 씨(38)의 신병 인도 문제도 남아 있다. 류 씨는 올해 초 주한 일본대사관에 화염병을 던져 국내 법원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김 씨 석방과 류 씨 문제는 연계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면 합의’에 따라 중국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류 씨를 인도하면 일본 측이 “국제법도 무시하고 중국 편을 들어준다”며 강력 반발할 소지가 많아 3국 간 외교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류 씨는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방화를 시도했던 범인으로도 지목받고 있어 일본은 그의 복역 기간이 끝나는 대로 ‘한일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신병을 넘겨 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