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멘붕 상태랍니다”
MC 강성연은 탈북 여성들의 사연을 들으면 같은 여자라 더 답답하고 화가 난다고 한다. 녹화 중에 탈북 여성 한 사람 한사람이 대단해 보여 넋이 빠진 채 쳐다보다 멘트를 놓치기도 했다고. 채널A 제공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일 오후 10시 50분)를 새로 진행하는 강성연(36)은 지난달 28일 첫 촬영에 들어가기 전 ‘절대 울지 않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었다. ‘이제 만나러…’는 탈북 여성들이 패널로 출연해 이산(離散)의 아픔을 소개하고 남북 간 문화 차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 상상을 초월하는 기구한 사연이 많이 소개되면서 전임자인 배우 박선영은 늘 손수건을 들고 나왔다.
“촬영이 시작되기 전 제작진이 ‘한 달 멘붕’을 조심하라고 하더라고요. 마음 단단히 먹고 일부러 손수건도 준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녹화가 끝날 때 보니 너무 울어 넋이 나가 있는 거예요. 그날 밤 한숨도 못 잤어요.”
“도망 가고 싶었어요.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프로그램을 함께 본 남편이 ‘네가 해야 한다’고 설득했어요. 각자의 위치에서 낼 수 있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였죠. 결국 탈북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이제 만나러…’에는 슬픈 사연만 등장하는 게 아니다. 북한에 있던 시절, 또 남한에 정착해 살게 된 뒤 탈북 여성들이 체험한 ‘웃기는’ 에피소드도 많이 등장한다. 탈북 여성들이 여느 여자들처럼 예쁜 구두, 헤어스타일, 옷에 대해 수다 떠는 게 그에게는 아직 낯설다. “탈북하는 줄도 모르고 친언니 손을 잡고 두만강을 건넌 여성이 있어요. 중국에서 인신매매까지 당하며 탈출 과정에서 갖은 고생을 했는데도 환한 웃음이 남아 있었죠. ‘저게 희망이구나’ 생각했어요.”
그는 탈북자들의 사연을 전하는 ‘집배원’ 같은 진행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탈북자의 현실을 몰랐던, 모른 척했던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을 가슴에 새겼으면 좋겠어요. 그런 분들이 늘어나고, 또 친구들에게 얘기해 주고, 그러면서 생기는 긍정의 힘을 믿어요.”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