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분기 성장률 7.6%… 3년만에 최악 성적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인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세가 심상치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과 2009년에는 9%대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 역할을 했지만 이번에는 위기의 주변에서 중심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 트리플 약세와 ‘바오바’의 위기
13일 발표된 2분기(4∼6월) 경제성장률은 시장의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아시아 각국의 증시도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는 우려했던 것보다 더 악화되지 않았음을 반영한 것일 뿐 경제 상황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실제로 이날 성장률 발표가 나오자 국제유가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는 등 생산 둔화로 인한 원자재 수요 감소 전망이 시장에 그대로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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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자산투자(1, 2분기 누적 기준)는 전기 가스 수도를 제외하고는 도로나 철도 등 나머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줄면서 2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고정자산투자는 2009년만 해도 30%를 넘었지만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수출입은 상반기 중 1조9398억 위안으로 8.0% 느는 데 머물렀다. 증가율만 놓고 보면 작년 동기보다 17.8%포인트 줄었다.
이를 종합해 보면 중국 경제가 수출과 소비, 투자 부문이 모두 부진한 ‘트리플 약세’에 빠졌음을 보여 준다. 무디스의 알라이스테어 찬 경제분석가는 “중국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라는 기대는 여전하지만 언제, 그리고 얼마나 빨리 반등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상반기 성장률 7.8%는 정부 당국이 목표로 제시한 올해 연평균 성장률 7.5%보다는 여전히 높다. 하지만 7.5%는 그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하한선일 뿐 실제로는 8%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중국이 내부적으로 8% 이상 성장(바오바·保八)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사회 안정 때문이다. 연간 신규 배출 대학생 600여만 명을 포함해 1000만 개 안팎의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8% 이상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가을 10년 만의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낮은 성장률을 감당할 수 없는 정치적 부담까지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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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2분기 성적표가 3년 만의 최저치로 나온 이상 중국 당국이 본격적인 경기 부양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도 10일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경기를 살리기 위해 그간 자제해 왔던 투자 촉진 카드를 내놓을 것임을 암시했다. 이와 관련해 올해 두 차례 이자율을 낮춘 런민(人民)은행이 하반기에 추가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기 부양 카드가 먹힐 경우 4분기(10∼12월)에는 회복세가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유로존 위기가 더 확산되면 전망치 하향 조정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12일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8.5%에서 8.2%로 하향 조정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