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어제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00%로 인하한 것은 한국을 둘러싼 안팎의 경제환경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중국의 경기회복세 약화가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조치다.
기획재정부 국제통화기금(IMF) 글로벌 투자은행(IB) 등 국내외 경제 전문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3%대 초반으로 낮췄다. JP모건 노무라 UBS 등 투자은행은 심지어 2%대의 저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선행 및 동행지수가 동반 하락하고 기업의 투자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상반기 무역수지 흑자는 107억 달러로 전년 동기의 3분의 2 수준이다. 6월 취업자 증가폭도 9개월 만에 40만 명 이하로 떨어졌다.
중국 유럽 브라질의 최근 금리 인하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거들었다. 한국만 금리가 높을 경우 기업의 조달비용이 커져 대외 경쟁력이 위축된다. 금리 인하에는 기업의 투자를 유도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지가 실려 있다. 추가경정예산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강력한 경기부양 수단이다. 금리 인하는 과도한 빚을 지고 있는 가계와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을 낮춰주는 효과도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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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을 무릅쓰고서도 금융당국이 금리를 내리는 선택을 해야 할 만큼 경제 여건은 얼어붙었다. 기업 은행 자영업자 가계 등 경제주체들의 불안감도 몹시 크다.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어려운 시기를 대비해야 할 판에 여야는 경제민주화나 증세(增稅) 경쟁에 빠져 있다. 정치권이 ‘기업 때리기 경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