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두영 과학동아 편집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사업자를 선정한 종합편성채널도 이런 취지에서 해석할 수 있다. 신문사나 대기업 등 누구든 방송에 참여할 수 있고, 케이블 위성 인터넷을 통해 뉴스 드라마 교양 오락 스포츠 등 모든 장르의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는 방송의 종합격투기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진행하는 제3차 과학기술전문방송 공모 사업은 참가자격은 물론이고 심사기준과 선정평가위원 구성에 이르기까지 특정 사업자를 위해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냄새를 짙게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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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방송을 위한 시설, 인력, 프로그램 확보 현황에 대한 평가 항목도 문제다. 아직 방송을 시작하지 않은 신규 사업자가 어떻게 시설과 인력, 프로그램을 기존 사업자만큼 확보할 수 있을까? 과학방송 관련 사업실적증명서를 비롯해서 프로그램 계약서, 연예인 계약서를 제출하란다. 신규 사업자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항목이다. KBS나 EBS 같은 대형 방송사조차 기존 사업자를 당하기 어렵다. 종합격투기 무대에 오를 선수에게 레슬링 경력만 물어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과학콘텐츠 연계·활용 방안에 대한 요구는 아주 구체적이다. 국공립 과학관, 비정부기구(NGO), EBS 등의 기관을 꼭 집어 연계 방안을 제시하란다. 특정 사업자가 하필 올해 들어 국립과천과학관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유네스코(UNESCO)와 제휴했으며, EBS와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데….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을까, 배가 떨어지자 까마귀가 날았을까? 이쯤 되면 교과부의 제안요청서는 특정 사업자를 위한 ‘답안지를 보고 만든 문제지’라는 의혹이 들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선정평가위원회에서 검토하고 결정한 것이라고 책임을 돌린다. 그렇다면 교과부가 공정하게 뽑았다는 선정평가위원회 위원은 어떤 사람들일까? 알려진 일부 위원의 경력을 살펴보자. 시청자위원회 위원, 경영성과평가단 위원, 학술대회를 통해 후원을 받은 학회의 회장 등등이 포함돼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특정 사업자와 관련된 인사가 이렇게 많은 것은 도대체 무슨 의도일까?
이것이 ‘공정’을 부르짖는 이명박 정부의 행정인가? 종합격투기 무대에서 선수의 자격을 제한하고 경기 규칙을 한쪽에 유리하게 바꾼 셈이다. 이런 식이면 심판진마저 편파적으로 구성할 게 뻔하다. 차라리 제3차 입찰에 필요한 들러리를 찾는다고 광고를 하라. 교육과학기술부에 묻고 싶다. 이런 행정이 ‘교육’적인가, ‘과학’적인가? 하긴, ‘기술’적일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가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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