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운동을 하거나, 음식물을 먹기만 했는데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땀범벅이 되는 사람이 있다. 왜 이렇게 땀을 많이 흘릴까. 인체 메커니즘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증거다. 그러나 땀이 지나치게 많이 흐른다고 해서 모두 병은 아니다. 상황을 따져봐야 한다.
○ 땀이 지나치게 많이 나면 병일까?
이런 생리적인 반응의 경우 땀이 뚝뚝 떨어질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간혹 식사 중에 견디기 힘들 정도로 땀이 비 오듯이 쏟아질 수 있다. 미각에 의해 자율신경계가 과도하게 자극된 탓이다. 이마, 콧등, 입술 주위, 가슴의 앞부분에 땀 분비가 많아진다. 이런 상황을 ‘미각성 다한증’이라고 한다.
미각성 다한증은 미각을 담당하는 설인신경과 땀을 분비시키는 뇌의 중추부가 관여한다. 또는 침샘으로 가는 신경이 다른 신경에 잘못 연결되는 바람에 일어난다.
신경이 잘못 연결됐다면 이 신경을 끊어주는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시술한 부위 외의 다른 부위에서 땀이 나는 보상성 다한증이 생길 수 있다. 시술에 대한 부담이 생길 수도 있다. 이 경우 요즘에는 보톡스를 이용해 치료한다. 다만 보톡스 요법의 효과는 영구적이지 않으므로 3∼6개월에 한 번씩 시술을 받아야 한다.
○ 자면서 흘리는 땀은 건강에 나쁜가?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의학적으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우선 비만하거나 근육의 양이 많아 몸집이 큰 사람을 보자. 이들은 기초대사량이 높아서 자는 동안 다른 사람보다 땀을 많이 흘릴 수 있다. 이 또한 의학적으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모든 사례에 해당되지 않는데도 잠자리가 젖을 정도로 땀을 많이 흘리는 경우라면 몇 가지 상황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대체로 여성은 폐경기를 즈음해 안면홍조가 심하거나 항우울제 혹은 해열제를 복용했을 경우, 악몽을 꾸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간혹 당뇨병 환자가 자는 도중에 저혈당을 경험하면서 심하게 땀을 흘린다. 이 밖에도 자율신경 기능 이상, 종양, 폐결핵, 림프종, 갑상샘(갑상선)기능항진증 등의 질병이 있어도 자면서 땀을 많이 흘린다.
따라서 매일 밤마다 땀을 과도하게 흘린다거나 이로 인해 잠을 잘 잘 수 없을 정도라면 일단 주의해야 한다. 이런 사람이 이유 없이 체중이 줄었거나 무기력증과 피로 증상이 심해졌고, 발열과 기침 증상이 나타난다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진찰을 받을 필요가 있다.
간혹 아이들이 밤에 자면서 땀을 많이 흘리면 몸이 허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걱정하지 말자. 아이들이 땀을 흘리는 것은 체온 조절을 위한 정상적인 생리 현상이다. 다만 잘 때는 덥지 않게 실내온도를 조절해주고 옷이나 침구가 젖은 채로 오래둘 경우 체온이 더 떨어질 수 있으므로 이 점만 염두에 두도록 하자.
우리 몸에는 아포크린샘과 에크린샘, 두 가지 종류의 땀샘이 있다. 액취증은 주로 아포크린샘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피부 표면의 세균에 의해 분해되면서 냄새가 나는 경우다. 겨드랑이의 에크린샘에서 땀이 많이 나는 다한증이 있다고 해서 아포크린샘까지도 활발하게 기능을 한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겨드랑이 부위에 땀이 과도한 다한증이 있으면 피부에 세균이나 진균 감염이 생길 수 있다. 이로 인해 냄새가 날 수 있으므로 자주 씻는 게 중요하다. 또 땀 흡수가 잘되고 통풍이 잘되는 옷을 입는 것이 좋다.
겨드랑이 땀이 심하면 일시적으로 보톡스를 사용하거나 땀샘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는 방법도 생각해 볼 만하다. 최근에는 고주파와 레이저 사이의 파장인 극초단파(미라드라이)를 이용해 수술 없이 땀샘을 제거하는 치료법이 도입됐다.
(도움말=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 아름다운나라 피부과 이상준 원장, 대전성모병원 성형외과 윤대영 교수)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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