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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도들에 43년 빵 팔던 80대, 해사에 1억 기부

입력 | 2012-07-09 03:00:00

진해제과 창업주 문상이 여사, 사위 조충현 예비역 소장 함께




해군사관학교에 1억 원을 기탁한 문상이 씨(왼쪽)와 사위인 조충현 해군 예비역 소장(가운데)이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구립요양원에서 해사생도들과 만나고 있다. 문 씨는 1946년 해사 부근에 제과점을 연 이래 지속적으로 생도들과 인연을 이어 왔다. 해군 제공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진해제과의 창업주인 문상이 여사(88)와 사위인 조충현 해군 예비역 소장(해사 13기)은 지난달 해사에 발전기금으로 1억 원을 전달했다.

문 씨는 1946년 남편인 전덕춘 씨(1969년 작고)와 함께 해사 부근에 제과점을 열었다. 부부는 광복 후 피폐한 경제상황에서 고된 훈련으로 허기진 생도들에게 가격보다 훨씬 많은 빵을 주거나 돈을 받지 않고 주기도 했다. 일본식 2층 목조건물인 가게 1층의 작은 방에선 무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 생도들이 쉴 수 있도록 했고 2층 살림집 한쪽엔 외출이나 외박 때 집이 멀어 고향에 갈 수 없는 생도들이 묵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문 씨는 당시 눈여겨봤던 조충현 생도에게 딸을 소개했고 두 사람은 백년가약을 맺었다. 지난해 딸이 지병으로 숨을 거두자 문 씨는 딸에게 물려주려던 유산을 해사 발전기금으로 전달할 뜻을 사위에게 밝혔고 사위는 돈을 더 보태 1억 원을 만들어 해군에 기탁했다.

건강이 좋지 않아 1988년 제과점을 고향 후배에게 넘긴 문 씨는 “오랜 세월 생도들에게 도움을 준 것보다 오히려 많은 것을 받았다”며 “발전기금이 작은 답례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