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연 前 해군작전사령관
1993년 해군에서 제기된 제주 해군기지 건설 사업이 20년이 지난 지금에야 그 정당성이 입증되어 겨우 공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제주 해군기지 건설 추진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찬반으로 나뉘었고, 진보와 보수단체들은 적과 아군으로 갈라져 싸웠으며, 종북 좌파들과 일부 시민단체, 환경론자들은 필사적으로 공사를 방해했다. 반대자들은 제주 해군기지가 해적기지라는 망언도 서슴지 않았다.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민주주의의 가치는 법치(法治)에 있다. 이제 정부는 불법으로 기지 건설을 방해하는 세력들에 대해 법대로 공권력을 확실하게 집행해주기 바란다. 이제는 국민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더이상 제주 해군기지 건설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 국방부와 해군은 반대했던 사람들의 건설적인 의견은 공사 추진 과정에서 적극 수렴하고,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한 감정의 골도 메워 줘야 한다. 다가오는 대선 과정에서도 정치권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같은 안보 문제를 이슈화하지 않기를 바란다. 국회에서 삭감되었던 올해 기지 건설 예산이 내년에는 정상적으로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그동안 강정마을에 진을 치고 반대하던 시민단체, 원정 전문시위대, 일부 종교단체도 하루빨리 제주도를 떠나야 한다.
바다에 인류의 미래가 있음을 여수 엑스포는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미래도 역시 바다에 있다. 바다를 잘 이용하고 관리하려면 강한 해군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와 바다를 함께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은 바다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해군력을 증강하여 어떻게 하면 더 넓은 해양영토를 확장하고, 경제의 사활이 걸린 해상교통로를 안전하게 보호하느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이 항모 바랴크를 실전 배치하고, 일본이 이지스함을 6척에서 8척으로, 잠수함 전력을 16척 체제에서 22척으로 증강하려는 이유도 미래의 해양 갈등에 대비한 포석이다.
제주도는 신이 대한민국에 내려주신 천혜의 섬이다. 제주도에 기동전단이 배치되면 일석사조(一石四鳥)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첫째, 대북 억지전력으로 동·서해에 언제든지 기동전단을 보낼 수 있다. 동과 서로 함대가 분리된 북한 해군에 비하면 큰 전략적 이점이다.
둘째, 제주 해군기지는 주변국 해군에 대한 억지력을 유지할 수 있다. 날로 증강되고 있는 중일의 해군력에 비하면 우리 해군은 아직 초라하다. 그나마 제주도에 기동전단이 배치되어야 이어도와 독도, 최근 부각되는 대륙붕과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중, 일과 해양 분쟁이 발생할 때 대응할 수 있다.
넷째, 초대형 크루즈 선박이 입항하면 항공기보다 수십 배 많은 인원이 제주도를 찾게 되어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제 대법원의 판결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힘찬 출항을 하게 되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2015년에 완공될 수 있도록 국민 모두의 성원이 필요한 때다.
윤연 前 해군작전사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