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앞바다에서 지난해 촬영한 고래떼. 고래연구소 조사 결과 1986년 포경 금지 이후 동해에는 고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 남구 제공
하지만 환경단체의 반대가 강하고 국민들 사이에서도 반대여론이 높아 앞으로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 “솎아내기식 포경 허용해야”
과학연구 목적의 포경 방침을 장생포 주민 못지않게 환영하는 사람은 김두겸 울산 남구청장이다. 그는 정부의 방침이 발표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포경계획은 해양권 국가로서 전통문화 보전 및 계승을 위한 중요하고도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또 “1986년 상업포경 금지 후 동해안의 고래 개체 수는 포경 이전 상태로 회복했거나 오히려 많아져 해양생태계의 불균형이 일어나고 있다”며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솎아내기식 포경’을 통해 고래도시 남구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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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연구 조사용 포경은 내년 하반기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짓고 있는 고래위생처리장이 내년 하반기에 완공되기 때문이다. 남구청이 50억 원을 들여 건립하는 고래위생처리장은 고래 DNA 검사실을 갖추고 국내에서 잡는 모든 고래를 위생적으로 처리한다. 남구는 고래연구소와 함께 이곳에서 반출되는 고래고기에 DNA가 적힌 유통증명서를 발급해 고래고기의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불법 포획을 막을 방침이다.
이와 함께 2014년 11월까지 287억 원을 들여 장생포 마을 뒷산 3만5000여 m²(약 1만600평)에는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장생포의 역사와 생활상을 주제로 한 각종 시설을 갖춘다. 또 고래연구소 옆 현대미포조선 장생포공장 용지 임대 계약이 2014년 만료되면 이 터에 돌고래를 길들이는 돌고래 순치장도 만들 계획이다. 울산고래문화보존회 고정구 사무국장은 “고래를 마구 포획해 씨를 말리기보다는 과학적 근거에 따라 고래를 잡기 때문에 바다 생태계가 건강하게 회복되고 전통 식(食)문화도 계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생포에서 ‘고래할매집’을 운영하는 김명호 씨(63)는 “포경 금지 이후 그물에 걸려 죽은 고래가 유통되지만 높은 가격과 복잡한 유통과정으로 그동안 고래고기 취급 상인들은 어려움이 많았다”며 “과학연구 목적의 포경으로 얼마만큼의 고래가 더 유통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지금보다 상황은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과학연구 빙자한 무차별 포획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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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무처장은 또 “김 구청장이 주장하는 ‘솎아내기식’ 포경이나 과학연구용 포경을 허용할 경우 IWC의 포경 금지 대상 고래까지 무차별로 포획할 우려가 높다”며 “고래관광 등 고래를 이용한 생태관광 사업을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과학연구용 포경이 이뤄져 고래고기가 본격 유통되기 시작하면 이에 편승한 무분별한 불법포경의 단속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세계적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포경 재개 운동이 벌어지던 2005년 4월 캠페인 선박 ‘레인보 워리어’호를 장생포항에 정박시켜 포경 반대운동을 펼친 바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