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두산-KIA전 벤치클리어링.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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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말싸움으로 번진 두산-KIA 벤치클리어링
야구 덕분에 야근의 즐거움이 배가 됐다면 이해들 하시려나. 인터넷에서 해주는 생중계는 책상 앞에 앉아서 볼 때 가장 집중하기 좋은 터, 일단 동료들의 이른 퇴근을 은근슬쩍 종용한 뒤 저녁 대신 혼자 먹을 치킨을 시킨다. 배달원을 기다리며 책상 정리도 좀 할 겸 이것저것 남은 업무 체크를 한 뒤 중계방송을 보면서 처리해도 무방한 일거리를 고른다. 이를테면 업계의 특성상 필자들에게 보내는 발송 작업이나 한창 만들고 있는 책의 구절들을 각종 SNS에 올리는 의무 반 재미 반의 어떤 ‘거리’ 가지고 놀기랄까.
막 튀긴 닭이 도착하고 회가 거듭되는 동안 내 손끝 속 트위터의 세상은 자유자재로 열렸다 닫힌다. 저마다 응원하는 야구팀이 각기 다른 트위터리안들이 저마다 응원하는 야구팀의 입장에서 장막을 치고픈 감정적 토로들을 그곳에 마구 쏟아 붓기 때문이다. 팔로우 수가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어드는 게 역력히 느껴질 정도로 스트라이크니 볼이니, 네 팀 내 팀 다르게 굽어드는 팔 안에서 정작 경기보다 그 경기를 평하는 팬들 간의 입말 배틀이 더 흥미롭다고 하면 선수들에게 누가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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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과 KIA 간의 경기 중에 발생한 벤치클리어링은 그래, 그럴 수 있다고 하자. 그 오랜 역사의 메이저리그에서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경우니까. 감정의 격앙으로 욕설 또한 오갈 수 있다고 하자. 부부 사이만큼이나 선후배 사이 또한 그 내밀한 속사정은 겪는 사람들만이 아는 일이니. 그렇다면 선수들의 입모양을 귀신같이 잡아내는 성능 좋은 우리네 카메라와 ‘Yell it me NIP’을 ‘Yellow Pig’로 알아들을 수밖에 없는 우리네 영어듣기 실력의 부족함을 탓해야 하나. 느닷없이 두산 고창성 선수가 검색어 순위에 올랐기에 클릭했다가 허걱, 하며 도로 닫아버렸다. 비유와 상징이라는 우리네 언어의 도구로 보다 심사숙고할 수도 있으련만, 화라는 검음보다 부끄러움이란 붉음으로 내가 내내 짙어들던 하루였다.
[스포츠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