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명동 짝퉁 계도 현장
서울 중구 공무원들이 2일 오후 서울 명동 일대 노점상을 대상으로 ‘짝퉁’ 상품을 팔지 않도록 계도하고 있다. 중구는 15일까지 계도한 뒤 16일부터 특허청 상표권특별사법경찰 대와 함께 단속할 예정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마술 같은 단속 피하기
“아니, 그렇게 많던 가방 노점상이 다 어디 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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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노점 대부분이 단속반이 출동한다는 정보를 듣고 아예 문을 열지 않았다. 정정재 중구 지역경제과 주무관은 “가방이나 지갑은 짝퉁이라고 해도 다른 제품에 비해 비싸기 때문에 단속에 더 민감하다”고 말했다. 한 가방 노점상은 뒤늦게 정보를 접하고 단속반이 접근하자 짝퉁 가방을 그대로 둔 채 도망가 버렸다.
○ 판매는 비밀스럽게
명동길과 명동4길이 만나는 교차로 노점에는 점퍼와 셔츠 30여 벌이 3, 4벌씩 겹쳐져 걸려 있었다. 겉으로는 별문제가 없는 옷이었지만 가장 위에 진열된 옷을 들어내자 1월 이명박 대통령의 손녀가 입어 알려진 몽클레르 패딩점퍼가 20벌 넘게 발견됐다. 물론 전부 가짜였다.
명동길 서쪽 끝 노점은 얼핏 보기에는 비닐로 된 1회용 가방을 파는 매장이었다. 그러나 가방 위아래로 다양한 남성용 벨트가 진열돼 있어 단속반의 의심을 샀다. 5∼10겹으로 쌓아둔 가방을 치우자 돌체&가바나, 아르마니의 짝퉁 벨트가 나타났다. 이 노점을 지키던 김모 씨(27)는 “예전에 팔던 것인데 아까워서 전시만 해 놓았다”고 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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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표권 위반 제품도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한 노점에서 1만 원에 파는 애견 의류에는 아디다스, 노스페이스, 샤넬 같은 고가 제품의 상표가 새겨져 있었다. 휴대전화 용품 노점에는 불가리, 루이뷔통 등 명품 상표가 새겨진 케이스가 가득했다. 한 노점의 구두는 명품 브랜드 펜디의 상표를 반대로 붙여 단속을 피했다.
노점들이 이렇게까지 하면서 짝퉁을 파는 이유는 외국인 관광객 때문이다. 노점상 김모 씨(61·여)는 “짝퉁을 팔지 않으면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져 수입이 현격히 줄어든다”고 귀띔했다.
중구는 계도와 홍보를 계속한 뒤 16일부터는 특허청 상표권특별사법경찰대와 함께 불시 단속을 펼칠 계획이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위조 제품을 근절해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