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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사, 굿바이 뉴욕!

입력 | 2012-07-04 03:00:00

‘세계 금융 중심’ 월가서 비용절감 위해 ‘사무실 이전-인력 재배치’ 가속




‘세계 금융의 중심’이던 미국 뉴욕 맨해튼 월가에서 심상치 않은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월가에 사무실을 둔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사무실을 이전하거나 직원들을 미국의 다른 도시로 재배치하는 ‘탈(脫)뉴욕’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

2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는 뉴욕 사무실의 직원을 2009년 말 7400명에서 올해 6월 말 현재 6900명으로 줄였다. 이 기간 플로리다 주 잭슨빌의 사무실 직원은 600명에서 1000명으로 늘었다. 크레디트스위스은행도 최근 5년간 뉴욕 직원을 500명가량 줄이는 대신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직원을 450명 늘렸다. 뉴욕에 거점을 둔 뉴욕멜런뱅크도 지난해 월가의 일자리를 350개 없애고 플로리다 레이크메리에서 직원 150명을 늘렸다.

한때 월가에 사무실을 확장하면서 본사 일대를 ‘골드만 시티’로 만들었던 골드만 삭스도 5월 투자설명회에서 굳이 뉴욕에 사무실을 크게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요지의 설명을 해 많은 금융회사들이 충격을 받았다.

이 같은 대형 금융회사의 ‘굿바이 뉴욕’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비용 절감 때문이다. 월가는 미국에서 최고 수준의 부동산 임차료와 세금, 인건비를 물고 있어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융회사에는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미국의 금융산업 규제가 점차 강화되면서 갈수록 매출 및 이익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점도 탈월가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제임스 말리크 컨설턴트는 뉴욕타임스에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경우) 미국에 일부 기능을 남겨두긴 해야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뉴욕이나 고객사 인근 지역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금융회사라면 뉴욕에 거점을 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으나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 그는 “뉴욕이나 런던은 앞으로도 금융 허브로 남겠지만 대다수의 업체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인력을 빼낼 수 없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금융회사들이 뉴욕에서 빼내는 인력들은 회계나 인사, 법무 등을 맡고 있는 중간급 사원들이다. 거래사와 직접 거래하는 트레이딩 인력이나 고위직 임원들은 뉴욕을 떠날 형편이 못된다. 금융회사의 탈뉴욕 현상의 최대 수혜지역은 유타 주의 솔트레이크시티와 노스캐롤라이나 주, 플로리다 주의 잭슨빌 등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뉴욕 금융산업의 규모가 점차 줄게 되면 뉴욕 시의 세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뉴욕 주가 거둔 세금 중 월가 금융회사의 비중은 14%에 이른다. 2007년 8월 21만3000명이었던 뉴욕 증권업계의 일자리는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이미 15% 이상 줄었다. 금융회사들의 인력 재배치가 가속화해 엑소더스가 계속되면 월가의 명성과 위상도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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