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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가 사랑을 시작했다

입력 | 2012-07-04 03:00:00

장애인 배려 식당은 이곳… 지뢰 제거지역은 이곳…




식당과 카페에 들어가려면 늘 계단을 올라야 했다. 화장실로 들어가는 문턱은 너무 높았다. 사람들은 무심코 지나쳤지만 전동 휠체어에 앉아 생활하던 제이슨 다실바 씨에게 계단과 문턱은 가게에 접근하는 걸 가로막는 큰 장벽이었다.

처음에는 가게 주인에게 일일이 전화도 하고, 관공서에 민원도 넣어 봤다. 하지만 이렇게 접근하기 불편한 가게는 굉장히 많았다. 다른 방법을 고민하던 그는 지난해 4월 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만들어 장애인들이 다니기에 불편한 장소를 제보 받기로 한 것이다. 물론 휠체어나 유모차가 들고 나기 편한 곳도 함께 받았다. ‘액세스맵’(www.axsmap.com)의 시작이었다.

○ 한 장의 지도가 세상을 바꾸다

다실바 씨는 가게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계단이나 높은 발판이 놓여있는 걸 보는 사람에게 이를 사진으로 찍어 액세스맵 홈페이지에 올리도록 했다. 이런 정보가 모이면 사용자들은 액세스맵 홈페이지에 접속하거나 액세스맵 앱을 스마트폰에서 열어서 장애인이나 유모차 등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식당과 병원, 학교와 교회가 어딘지 살펴볼 수 있다.

다실바 씨의 아이디어가 실제 서비스로 만들어지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구글 지도를 이용한 덕분이다.

구글은 비영리 목적으로 구글 지도를 활용하는 작업을 지원해 왔다. 2007년 비영리기구의 활동을 돕는 ‘구글어스 아웃리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유엔 산하의 주요 국제기구와 몇 가지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정도였지만 점차 다양한 비영리기구로 확대됐다.

세계 최대의 지뢰 제거 비영리기구인 헤일로트러스트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내전 지역의 지뢰 매설 지역을 구글 지도에 붉은색으로 표시해 놓은 뒤 지뢰 제거 작업이 끝날 때마다 안전한 지역을 뜻하는 초록색으로 바꿨다. 이 덕분에 지역 주민은 지뢰 제거 작업이 완료된 지역을 중심으로 재건 작업을 벌여 빠르게 재정착할 수 있었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의 호랑이, 오랑우탄 등 야생동물 서식지와 벌목 현황을 최근 20년 이상 추적해 지도로 만든 뒤 연구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 기술과 비영리기구의 만남

지뢰 제거 민간기구 헤일로트러스트가 구글 지도로 표시한 지뢰 없는 안전지역 (위 사진)과 세계자연보호기금이 파악한 인도네시아의 숲과 야생동물 서식지(아래 사진). 구글어스 제공

구글은 기업들로부터는 돈을 받지만 비영리 목적으로 사용할 때는 구글 지도와 전문 위성사진 프로그램인 ‘구글어스 프로’를 무료로 제공한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비영리기구에는 구글 지도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기술자가 부족하다.

그래서 구글은 지난해부터 개발자들에게 지도 서비스를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까지 지원하는 프로그램 ‘디벨로퍼 그랜트’를 시작했다. 실력 있는 개발자가 공익 목적의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독려하려는 의도에서다.

개발자들은 자신이 봉사하고 싶은 비영리기구를 선택한 뒤 만들고자 하는 프로젝트 기획안을 구글에 제출하면 1만∼2만 달러(약 1140만∼2280만 원)의 개발비를 받을 수 있다. 관련 소프트웨어는 구글이 무료로 제공하므로 이 돈은 순전히 개발자의 인건비다. 구글은 지난해에만 32만 달러 이상을 지원했다. 올해는 미국과 유럽, 아프리카에 한정됐던 지원 대상 지역을 브라질까지 확대했다.

구글어스 아웃리치 프로그램을 만든 레베카 무어 소프트웨어 매니저는 “올해 말까지 이 제도를 아시아 지역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아시아의 뜻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많이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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