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수전 케인 지음·김우열 옮김/480쪽·1만4000원·알에이치코리아
전설적인 투자가이자 세계 최고의 부호인 워런 버핏의 말. 그는 주위 사람들이 흥분할 때 오히려 조심스러워진다. 조용하고 민감한 성향으로 경고 신호를 신중하게 파악해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주들에게 수십 억 달러를 안겨줬다.
애플의 공동창립자인 스티브 워즈니악도 스스로 수줍고 생각이 많은 성격이라고 말한다. 혼자 일할 때 혁명적이고 특색 있는 상품을 디자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간디와 아인슈타인, 고흐 모두 조용하고 이지적인 성격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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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적으로 자극이 과하지 않은 환경을 좋아하는 성격이 있다. 감각 정보를 받아들여 뇌와 신경계에 전달하는 기관인 편도체가 얼마나 자극에 민감한지가 개인의 성향에 영향을 끼친다. 자극을 잘 받는 고반응성 편도체를 지닌 아이들은 외부 환경을 더 많이 경계하는 내향적인 사람으로 성장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일상의 경험들을 세세하게 구분하고 집중력이 높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두세 명 중 한 명은 내향적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조용하고 우울한 기질이 철학, 시, 예술 부문과 관계가 깊다고 했다. 17세기 영국 시인 존 밀턴과 19세기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도 내향적인 사람들을 ‘지적인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내향적인 사람들이 통찰과 몰입에 유리하고 세상의 자극에 민감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20세기 초 제2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도시에 몰려들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외향성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낯선 이들과 협력하거나 경쟁하려면 말하는 능력과 첫인상, 적극성은 필수불가결한 무기가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가 중요해졌고, 사교적이고 큰 목소리, 빠른 결정을 내는 리더들을 위한 자기계발 워크숍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저자는 산업사회의 과다 경쟁이 낳은 ‘외향성 이상주의’의 부작용을 꼬집으며 창의성이나 효율이 중요하다면 혼자서 일하도록 내버려두라고 조언한다. 외향성을 강요하는 사무공간이 높은 이직률로 이어진다는 통계도 제시한다. 침묵과 고독 같은 내향적 가치가 수준 높은 상품개발이나 생산 효율성 제고에 유리하다는 것. 창의력을 중시하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픽사는 단독 작업공간이나 편안한 회의실 등 내향적인 이들을 위한 공간을 충분히 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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