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거지는 靑 책임론
김 총리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의 협정 추진이 철저히 국익의 관점에서 추진되었지만 절차상의 문제로 의도하지 않게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된 점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에 앞서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이날 서명식 취소 결정을 전하며 “일 처리에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충분히 유념하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이 이번 파문에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같은 답변을 반복하며 자세를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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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작 책임을 져야 할 곳은 실무 부처가 아니라 청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무회의에서 협정안을 비공개 처리한 것을 비롯해 협정의 강행을 청와대가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외교안보 분야 최종 조언자는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이지만 이번 사안은 수석급인 김태효 대통령대외전략기획관(사진)이 총괄 지휘했다. 김 기획관은 그동안 이번 협정이 국가 안보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청와대는 진작 ‘6월 말까지 반드시 처리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특히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은 협정 체결을 공개리에 추진하면 정치권의 반일감정을 유발해 불발로 끝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물밑 작업을 선호했고, 결국 ‘밀실 처리’ 논란을 키웠다.
서명식 전날 여론이 예상보다 험악해지자 청와대 내에서는 “반대 분위기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얘기가 나왔다. 1차적인 정무 판단에 실패했음을 시인한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청와대 홍보, 정무, 민정, 기획 등 민감한 현안을 다룰 때 머리를 맞대는 인사들도 사안의 민감성과 민심 동향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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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