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철분제 통한 ‘무수혈 치료’
무더운 여름철이 다가오며 혈액 부족 현상에 대한 의료 관계자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헌혈의 80%를 차지하는 군인과 학생들이 방학과 휴가를 떠나 헌혈 양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마다 여름과 겨울철이 되면 혈액 부족사태가 일어난다. 일부 병원에서는 혈액이 필요한 수술을 연기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만성적인 혈액 부족으로 우리나라는 혈액 수입에만 한해 600억 원가량을 쓴다. 대한적십자사가 헌혈 장려 운동을 펼치며 국민의 참여를 호소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 혈액의 효율적 관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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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병원 의료진이 철분주사제 페린젝트를 활용해 무수혈 수술을 하는 모습. 혈액을 사용하지 않는 이 수술법은 부작용이 적어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JW중외제약 제공
김 교수는 “꼭 필요치 않은 혈액이 수술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개선하면 현재 사용하는 혈액의 3분의 1만 있어도 국내 수요를 맞출 수 있다”며 “무수혈 수술법이 있는데도 의사들이 손쉬운 수혈 수술을 택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혈이 감염이나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는 등 부작용이 작지 않은데도 국내에서는 여전히 무분별하게 수혈을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만든 ‘수혈 동의서 표준안’에서도 찾을 수 있다. 여기에는 △수혈의 부작용으로 발열 오한 오심 구토 알레르기 흉통이 있을 수 있고 △적혈구의 비정상적 파괴, 호흡곤란, 급성 폐손상이 드물게 발생할 수 있으며 △간염 후천성면역결핍증 등의 감염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오랜 기간 수혈을 받으면 심장 간 내분비 장애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 무수혈 치료가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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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혈 치료를 하면 간염과 에이즈에 걸리는 잠재적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수혈로 인한 부작용과 발생 가능한 합병증도 피할 수 있다. 또 수술 후 회복기간이 짧아져 병원비까지 줄일 수 있다.
무수혈 치료법은 크게 정맥철분주사제의 투여, 적혈구 생성촉진제(EPO) 투여, 경구용 철분제, 자가 수혈로 나뉜다. 이 중 가장 현실적인 치료법으로 주목받는 방법이 정맥철분주사제의 투여다. 적혈구를 생산하는 조혈작용에 필수성분인 철분을 환자의 정맥을 통해 투입해 혈액 내 적혈구 비율과 적혈구 내 헤모글로빈 농도를 증가시키는 방법이다.
최근 주목받는 정맥철분제가 JW중외제약에서 선보인 페린젝트다. 한 번에 최대 1000mg을 투여할 수 있는 유일한 약물이다. 고용량 투여가 간편해 병원 방문 횟수를 줄이면서 수혈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독성이 없어서 안전한 약물로 주목받고 있다.
○ 페린젝트는 임신부에게도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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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순천향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는 “정맥철분주사제는 몸 안에 신속하게 철분을 공급해 투여 5분 만에 조혈작용을 도와 헤모글로빈 수치를 높인다. 빈혈에 취약한 임신부들이 한 번만 주사를 맞아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