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방마다 1대씩 설치 유행… 中 냉매소비 美의 7배 넘어서민들 중고제품 구입 많아 프레온가스 규제 효과 없어
인도 뭄바이 슬럼가의 한 아파트. 낡은 건물 한 면을 에어컨 실외기가 다닥다닥 채우고 있다. 창문마다 실외기가 너무 많이 달려 있어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다. 뉴욕타임스 본사 특약
미국 뉴욕타임스는 20일 “최근 몇 년 사이에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에어컨이 ‘부의 척도’로 자리 잡으면서 판매량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나라는 인도와 중국으로 해마다 판매량이 20%씩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세계 에어컨 판매의 약 55%가 이 두 나라에서 이뤄졌다.
특히 인도의 에어컨 사랑은 엄청나다. 결혼 지참품 1순위가 에어컨일 정도다. 건물이 낡아 중앙집중식 냉방시설을 갖출 수 없다보니 방마다 에어컨을 한 대씩 설치하는 게 유행이 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뭄바이에서만 미국 전체의 4분의 1에 육박하는 에어컨이 사용되고 있다. 중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중국의 에어컨 냉매 소비량은 미국보다 7배 이상 많다.
더 심각한 것은 신형 에어컨 구입비용이 부담스러운 두 나라의 서민들이 가격이 싼 구형 중고 에어컨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오래된 에어컨일수록 기능이 떨어져 가동 시간이 길어지고, 환경오염 성분 배출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오존 보호 분과 수장을 지낸 인도의 라젠드라 셴데 박사는 “에어컨 열기로 도시가 더워지고 이 때문에 에어컨 사용이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며 “당장은 적절한 해결책도 보이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0일부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리우+20 정상회의에서 ‘신(新)친환경 에어컨 냉매 공동개발’을 제안할 예정이다. 하지만 중국, 인도는 물론이고 상당수 나라는 막대한 비용 등을 이유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환경문제는 미국 역시 부족한 점이 많아 이런 이슈를 제시하면 자국경제 이기주의로 비쳤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에어컨 문제는 대안을 찾지 못하면 조만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