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문화 - 취업 강의 ‘귀 쫑긋’
19일 미국 버지니아 주 폴스처치 시의 세인트폴스 루터교회에 있는 난민센터에서 5일 전 미국에 온 이라크 출신의 두 가족에게 미국 정착과 관련된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있다. 폴스처치=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난민센터 지하에선 닷새 전 미국으로 망명한 이라크 국적의 두 가족이 미국문화 학습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있었다. 두 부부와 아이 등 모두 8명이 테이블에 모여 강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들은 이라크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망명을 신청해 승인을 받았다. 얼굴에는 낯선 미국 땅에 온 긴장감과 함께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한 흥분감이 교차돼 있었다. 강사는 미국에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영어를 모르는 이들을 위해 한 자원봉사자가 아랍어로 통역을 했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오리엔테이션은 3시간 동안 이어졌다.
난민센터는 난민들이 미국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3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돌봐준다. 공항에서부터 시작되는 보살핌은 문화 오리엔테이션과 취업을 위한 사전 훈련 및 무료 급식권과 사회안전보장번호 신청, 의료 지원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영어를 잘 못하는 난민들은 미국 도착 후 열흘 안에 영어 강습을 위한 ESL 프로그램에 등록하도록 한다. 또 한 달 안에 각종 면역주사를 접종하고 건강검진을 받는다. 아이들을 학교에 등록시키는 것도 이때 이뤄진다.
마마도우 시 난민센터 국장(40)은 “정착 기간에 일시적으로 현금도 지급된다”며 “북버지니아의 경우 주거환경이 좋아 방 2개짜리 아파트 렌트비가 월 1600달러나 되지만 난민들이 살 집의 경우 난민센터에서 렌트비도 지원한다”고 말했다. 시 국장은 말리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1989년 세네갈로 추방됐다가 11년 전 미국으로 망명한 난민 출신이다.
물론 난민들이 미국에 왔다고 ‘아메리칸 드림’이 바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시 국장은 “난민들은 처음에 미국 땅을 밟으면서 ‘여기가 바로 미국 땅’이라며 흥분하곤 한다”며 “하지만 이들 앞에는 도전적인 과제가 만만찮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난민들이 구하는 첫 직업은 블루칼라 업종이 대부분. 백화점이나 호텔 공항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영어에 능숙해질수록 취업 기회는 더 많아진다고 한다. 버지니아 주에 정착한 난민들은 주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이란 미얀마 부탄 출신이 많은 편이다. 켈리 고거 미 국무부 국장은 “미국 망명을 신청한 탈북 난민은 100명 남짓하다”며 “탈북자가 미국 망명을 신청하면 국토안보부에서 대부분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폴스처치=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