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림에 대한 수술 나서
19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숲 생태 개선사업계획서’에 따르면 내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 국립공원에 심어진 나무를 최소 3500만 그루에서 최대 4900만 그루까지 베어낸다. 공단은 “국립공원 내 인공림 탓에 오히려 숲의 생태환경과 생물다양성이 악화되고 있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공단 관계자는 “당시 정부가 조속한 산림녹화를 위해 생물다양성 등 생태환경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채 단일 수종(樹種)으로 이뤄진 숲을 많이 만들어 생태계가 불균형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 20개 국립공원 내 인공림 면적은 1만5963ha(약 4888만 평)로 전체 국립공원(36만7378ha)의 4.4%나 된다. 서울 여의도 면적(약 848ha)의 19배나 된다.
○ 특정 종만 자라 숲이 불균형해져
국립공원 내 인공림 가운데 낙엽송이 서식하고 있는 면적은 7787ha로 전체의 48.8%나 됐다. 이어 리기다소나무 23.7%(3773ha), 잣나무 18.0%(2873ha) 순이었다. 반면 전나무와 밤나무는 2.5%(398ha)와 1.3%(211ha)에 불과했다.
특정 나무만 많다 보면 숲의 생태건강성이 훼손된다. 낙엽송, 리기다소나무, 잣나무 등 인공림 내 우점종(優占種·식물 군집 안에서 가장 수가 많거나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종)은 높이가 20m 이상이다. 또 인공림 조성 당시 1.5m 간격으로 심어졌다. 이들로 인해 햇빛이 가려 다른 나무들이 자라기 어려운 데다 새로운 식물이 들어설 공간 자체가 부족하다. 식물뿐만이 아니다. 나무 종류가 적으면 특정 나무를 토대로 살아가는 곤충 종류도 줄어든다. 이들 곤충을 먹고 사는 조류, 포유류의 종류도 줄어든다.
○ 간벌 쇼크로 생태계 부담 올 수도
일각에서는 “인공림이라도 나무를 함부로 잘라서는 안 된다”는 반대 의견도 나오고 있다. ‘간벌충격(間伐衝擊·Thinning Shock)’이 와서 숲 생태계에 오히려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감벌충격이란 나무가 대량으로 사라지면서 숲이 붕괴되는 현상을 뜻한다. 많은 나무가 베어진 상태에서 강한 바람이 불 경우 나무들이 받는 바람의 힘이 분산되지 못해 숲 내 나무가 쉽게 부러지거나 쓰러진다. 또 나무가 줄면 숲의 토양을 감싸는 잎과 낙엽이 적어져 비가 내릴 때 토양이 받는 충격이 강해진다. 이로 인해 토사가 유실되고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국립공원의 경관이 훼손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등산객 박재섭 씨(38)는 “숲 속에 나무 밑동만 남아 있으면 보기 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진 국립공원공단 생태복원부 과장은 “숲 생태환경을 살리면서도 간벌충격을 최소화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20일부터 식물전문가와 동물전문가로 이뤄진 조사단이 국립공원 인공림 일대를 조사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