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거진 숲… 숨은 가로등… 담장… ‘범죄를 부르는 공원’
폐쇄적인 구조 서울 용산구 동자동 새꿈어린이공원은 주변이 나무로 빽빽이 둘러싸여 있어 외부에서 쉽사리 내부를 볼 수 없었다(위쪽). 가로등도 나무에 가려져 있어 주변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상태였다. 18일 동아일보 보도 이후 경찰은 이곳에 대한 순찰을 강화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범죄의 온상이라는 지적과 함께 애물단지가 돼 가고 있는 도심 속 공원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려면 내부 구조부터 다시 점검해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낙서나 유리창 파손과 같은 경미한 범죄를 방치하면 결국 큰 범죄로 이어진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공원 곳곳에 무질서의 신호를 주는 요소들이 있다면 이용객들은 일탈이 허용되는 무법의 공간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 나무와 방범시설이 핵심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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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공원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핵심인 나무의 분포부터 살펴봤다. 나무가 우거지면 시각적 폐쇄 효과가 생겨 범행의 장소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같은 이유로 높은 담장 역시 피해야 한다.
17일 찾은 새꿈어린이공원은 높이가 3m를 넘는 거대한 나무들이 들어차 있었다. 공원 전체가 나무 그늘에 있어 햇볕도 거의 들지 않았다. 공원 외곽은 어린이 키만 한 높이의 돌담장이 에워싸고 있었다. 담장 옆은 지역주민 주차 구역으로 지정돼 이중 삼중으로 외부와 차단돼 있다. 인접한 도로에서도 공원 내부가 전혀 들여다보이지 않았다.
반면 응봉공원은 사람들이 다니는 길 주변에는 키 큰 나무를 심지 않았다. 인도 옆으로는 주로 낮은 덤불이나 주민들이 직접 관리하는 상추밭과 꽃밭이 조성돼 있었다. 공원 안팎을 가르는 담장도 찾아볼 수 없었다.
두 번째 포인트는 가로등이다. 1828m²(약 554평) 규모의 새꿈어린이공원에 가로등은 7개뿐이었다. 가로등 사이 간격은 최대 30m나 됐다. 영국건축환경협회는 밤에도 최소 4m 거리의 시야가 확보될 수 있게끔 가로등을 설치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오경아 오가든스 디자이너는 “가로등 간격이 5m 이상이면 사각지대가 생기게 된다”며 “으슥하고 위험하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사람들은 자연스레 공원을 피한다”고 설명했다. 새꿈어린이공원은 나무가 가로등보다 높다보니 무성한 나뭇잎이 가로등 불빛을 가리는 것도 문제였다. 해가 진 뒤 찾아간 새꿈어린이공원은 가로등 불빛에도 어두침침해 맞은편 사람의 얼굴조차 식별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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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감시 CCTV 서울 성동구 금호동 응봉공원의 가로등은 나무에 가리지않아 사각지대가 없고 입구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통해 중구 관리소가 범죄 발생 여부를 감시해 긴급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안전한 공원을 만드는 마지막 요소는 관리사무소나 매점, 화장실 등 공공시설이다. 누군가가 상주하며 관리하는 공간은 범죄율이 떨어진다. 새꿈어린이공원은 입구에 화장실이 있지만 이용객들이 대낮에도 노상방뇨를 하고 있었다. 관리사무소는 따로 없었다. 응봉공원은 공원이 한눈에 들여다보이는 자리에 관리사무소와 화장실을 배치했다.
○ 쓰레기 관리도 중요
공원이 망가지는 데는 일반적으로 3단계 과정이 있다.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하면 공원이 노숙인 및 취객에게 점령당하고 결과적으로 범죄의 장소가 된다는 것. 새꿈어린이공원도 이처럼 망가진 대표적 공원이다. 낮밤을 가리지 않고 술판을 벌이는 노숙인과 일부 주민만의 공간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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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원에서 한 달 평균 50여 건의 범죄가 발생하면서 주민들은 이곳을 ‘불안과 공포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밤에도 “시끄럽게 군다”며 이모 씨(50)가 조모 씨(50)의 눈을 주먹으로 수차례 때리는 사건이 났다.
박현호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공원의 범죄 방어력을 키워야 시민이 휴식을 위해 찾을 수 있는 참기능을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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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