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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희의 ‘광고 TALK’]“발기부전 치료” 허풍광고

입력 | 2012-06-18 03:00:00


김병희 교수 제공

지난달 17일 비아그라의 주성분인 ‘실데나필’에 대한 물질특허가 만료되자 제약업계는 제네릭(복제약) 제조에 뛰어들고 있다. 화이자는 비아그라의 복제는 가능해도 판매는 안 된다는 용도특허를 주장했고, 복제약을 생산하는 제약사들은 용도특허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특허심판원이 발기부전치료제의 용도특허가 무효라고 결정하자 화이자가 항소 의지를 나타내 특허법원에서의 법적 다툼이 예상된다. 여기서 잠깐, 1920년대에도 발기부전치료제가 있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제세약방본포의 춘약 광고(동아일보 1921년 12월 24일)는 ‘자양흥분 신기강장 전문제’라는 헤드라인으로 그 효과성을 강조하고 있다. 춘약(春藥)이란 성욕을 불러일으키는 강장제로서 그 시절 수준에서의 비아그라라 할 만하다. 보디카피는 다음과 같다. “노소 물론하고 제 원인으로 신기(腎氣·신장 기력) 부족하야 방사(房事·섹스) 불능하온대 복용하오면 칠십 노인이라도 불가상의(不可相議)의 대쾌락을 득(得)함이다. 갱(更·다시) 소년 될지어다. 선복(先服·먼저 복용한) 제씨(諸氏·여러분)의 허다(許多) 실효증명인 묘약.”

칠십 노인이라도 다시 소년이 된다는 저 허황된 주장. 여러 사람에 의해 실효성이 증명되었다는 사회적 증거의 원칙 적용. 그리고 ‘불국(佛國·프랑스) 의학박사 아니랑 씨’의 발명품이라는 전문가의 보증까지. 이 광고에 이어 여러 자양강장제 광고가 나오더니, 1930년대 말에는 ‘썩은 고목에 꽃이 피게 하는 강력 성호르몬’이라는 신정약방의 단(Dan) 광고(동아일보 1939년 5월 5일)에서 허풍의 절정에 이르렀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허가받은 복제약은 물론이고 사이비 흥분제까지 허풍 광고가 널려 있다. 스팸으로 들어오는 e메일 광고들의 헤드라인을 보라. 90년째 계속되는 발기 타령이다. 발기부전치료제의 필요성은 전적으로 개인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다. 약의 효과도 천차만별이리라. 섹스 자체가 사적인 영역이고 워낙 개인차가 있기 때문. 필요한 사람도 있겠고 불필요한 사람도 있을 터. 다만 발기부전치료제의 저 허황된 주장에 대한 광고심의만은 좀 더 까다로워져야 한다. 발기부전치료제의 춘추전국시대가 되었다 할지라도 허풍 광고의 군웅할거는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