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윤동주 시인도 이 나무 아래서…
서울 종로구 청운동 ‘시인의 언덕’에 오른 신달자 시인이 윤동주 시인의 삶과 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어쩌면 윤동주 시인 역시 살아생전 140년도 더 된 이 소나무 아래 서서 암담했던 서울 시내를 내려다봤을지 몰라요.”
12일 오후 함께 서울 종로구 청운동 ‘시인의 언덕’을 오른 신달자 시인(69·여)이 이렇게 말했다. 서슬 퍼런 일제강점기 시절 시집 한 권 남기고 스물일곱의 나이로 운명한 시인 윤동주(1917∼1945). 독립운동 혐의로 일제에 의해 사상범으로 몰린 그는 광복을 불과 6개월 앞둔 1945년 2월 16일 오전 3시 36분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체실험 대상이 돼 성분 불명의 주사를 맞고 운명했다. 그가 남긴 ‘서시’는 아직까지 대한민국 국민이 사랑하는 시 중 한 편이다. 이 시인의 언덕은 윤동주를 기리기 위해 만든 곳이다. 신달자 시인 역시 시집 한 권으로 이렇게 널리 사랑받는 윤동주를 마음속 깊이 아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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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달자 시인은 일제강점기 시절에도 우리말로 주옥같은 시를 써온 윤동주의 열정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그녀는 “나 역시 50년 가까이 시를 써올 수 있었던 건 바로 시에 대한 열정”이라며 “내년 봄쯤에는 그동안 써왔던 시를 묶어 시집을 한 권 낼 것”이라고 말했다.
수십 년간 시를 써왔지만 아직도 자신의 문학이 아쉽기만 하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성곽을 따라 언덕을 내려왔다. 언덕 아래에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작은 정자가 하나 있다. 이곳 역시 윤동주 시의 이름을 딴 ‘서시정’이다. 신달자 시인은 “그가 쓴 시 ‘자화상’을 읽다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자화상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가 시를 통해 희망을 남긴 것처럼 나도 여러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내려와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까지 이어진 자하문로를 따라 걷다 보면 이상 시인의 옛집과 마주할 수 있다. 이상 시인이 세 살 때부터 20년 가까이 살았던 종로구 통인동 154-10의 옛집은 이상이 운영했던 ‘제비다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다방과 작업실, 공연장으로 꾸밀 계획이다. 현재 이곳은 문화예술 전시관으로 조성돼 비정기적으로 전시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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