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정도 병인 양하여’ ★★★★
극사실주의를 표방한 연극 ‘다정도 병인 양하여’. 국립극단 제공
제목은 고려시대 문인 이조년의 시조에 나오는 구절. 이 작품 작가이자 연출가인 성기웅 씨는 여기서의 다정(多情)을 ‘사귀는 사람이 많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차용했다. 연극은 성 씨가 2008년 12월부터 동시에 여러 명의 남자를 사귀는 여자 ‘다정’을 만나고 그의 서열 3위 애인이 돼 교제를 시작했다가 2010년 3월 완전히 헤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아니, 실은 이 이야기를 작품으로 무대에 올리기까지의 과정도 함께 담았다.
공연 시작과 함께 작가 겸 연출가가 직접 무대에 올라 일본에서 발전한 소설양식인 ‘사소설(私小說)’을 소개하며 자신이 이를 연극에 투영한 ‘사연극(私演劇)’ 제작에 관심을 가져왔다고 말한다. 허구가 아닌 자신이 겪은 실제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려고 했다는 거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실제로 주고받았다는 두 사람의 사적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대화 녹취를 무대에서 사용하고, 두 사람이 실제 만났던 청계천변, 술집 등의 사진이나 이미지도 스크린을 통해 배경으로 제시한다.
: : i : : 국립극단의 ‘젊은 연출가 시리즈’ 첫 작품. 24일까지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 2만 원. 1688-5966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