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베이비부머는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다. 보릿고개로 상징되던 가난한 시절에 태어나 땀 흘려 경제적 성취를 이뤘고 한국 사회의 산업화와 민주화에 크게 기여했다. 콩나물교실에서 2부제 수업을 하면서도 70% 이상이 고졸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다. 전체의 80% 이상이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했고 아파트와 마이카, 교육열로 상징되는 사회 변화를 주도했다. 베이비부머 인구는 모두 712만 명,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4.6%에 이른다.
이들이 본격적인 은퇴시기에 접어들면서 우리 사회에 또 한 차례의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이들은 자식에게 부양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사실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서 드러났다. 이 연구원이 어제 발표한 ‘베이비부머의 가족생활과 노후생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가운데 93.2%가 ‘노후에 부부끼리, 혹은 혼자 살고 싶다’고 응답했다. 노후에 가장 중요하게 될 관계로 78.4%가 ‘배우자’를 꼽았다. 자녀와 함께 살기를 희망하는 경우는 3.6%에 그쳐 자녀의 부양을 기대하는 전통적인 인식이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은 노후 수발에 대해서도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노인 요양시설이나 요양병원에 들어가겠다’는 응답이 57.3%로 배우자(28.9%)의 도움이나 재가(在家) 서비스(10.0%)를 받겠다는 답변보다 훨씬 많았고 ‘자녀의 수발을 받겠다’는 응답은 극소수(3.8%)에 불과했다. 결국 이들의 노후는 가족이 책임지기 힘들다는 의미다. 앞으로 노년 세대를 보살피는 공적 서비스의 수요가 폭증할 것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