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여행 얘기를 들려주면서 ‘하얏트 같은’ 호텔에 묵었다는 말을 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문영미 교수의 ‘디퍼런트’라는 책에 보면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기업들이 ‘차별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실제로는 ‘그들만의 차별화’에 갇혀 있다는 얘기죠. 하얏트 같은 호텔에서 자고, 허츠 같은 렌터카를 빌려, 베르사유 같은 성을 구경 다니며 프랑스 요리 같은 음식을 먹고 돌아오는 여행,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으세요?
기술이 발전하고 글로벌 기업이 늘어난 요즘, 우리는 세계 어디서든 똑같은 경험을 하며 살아갑니다. 심지어 여행하는 순간에도. 그래서 최근에는 좀 다른 여행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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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마이리얼트립’이란 서비스가 시작됐습니다. 고려대 학생들이 시작한 서비스인데 일단 이번 여름에는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는 대학생이 주된 타깃입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건축을 공부하는 한국 유학생과 함께 스쿠터를 타고 둘러보는 파리 건축 여행, 독일에서 와인경영학을 전공하는 유학생과 함께 벌이는 라인 강 와인투어 등이 대표적입니다.
물론 우리 스스로가 가이드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에게 한국요리를 가르쳐주는 여행상품, 종로 뒷골목을 돌며 ‘서울사람’이 즐기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여행 등이 이미 올라와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입니다. 한국인이라고 한국 가이드에게 안내받지 못할 이유는 없죠. 저는 평소 눈여겨보지 못했던 경복궁 서편 ‘서촌’ 투어에 눈길이 가더군요. 서촌 지역 잡지를 발행하는 전문가가 3시간 동안 이 동네의 역사를 들려주는 투어입니다.
파리에 가면 모두가 에펠탑과 개선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센 강의 보트를 탄 뒤 샹젤리제 거리에서 쇼핑을 하던 천편일률적인 여행은 이제 지겨울 때도 됐습니다. 곧 여름입니다. 평소에 보지 못했던 진짜 여행을 경험할 방법을 고민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