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슨-엔씨소프트 연합군, 美-中 아성에 도전
국내 한 게임 전문가가 넥슨의 지주회사 NXC가 8일 엔씨소프트의 지분 14.7%를 인수한 것을 보고 한 촌평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빅딜’에 대해 전자업계로 치면 삼성전자가 LG전자의 지분을 인수한 것만큼의 충격적 사건이라고 한다. 하지만 같은 게임업계에 있다고 해도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고 아기자기한 게임에 강한 넥슨과 ‘중후장대’한 대작을 주로 국내에서 성공시킨 엔씨소프트는 성격이 워낙 달라 오히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결합에 비유하는 분석도 있다.
벤처 신화를 일군 두 회사의 창업자들이 벤처기업의 미덕인 ‘유연한 사고’로 세계 게임 시장의 역사를 새로 쓰는 원대한 결정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 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 1위도 가능
앞으로 두 회사의 시너지 효과가 본격화되면 올해 중국 시장에 내줬던 온라인 게임 시장 종주국의 자리도 다시 찾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게임의 성공에는 개발력뿐 아니라 전 세계에 배급하는 ‘퍼블리싱’ 역량이 중요하다. 엔씨소프트는 전통적으로 개발력이 우수하고, 넥슨은 역량 있는 게임 개발업체를 인수해 이를 전 세계에 퍼블리싱하며 덩치를 키워왔다.
마침 엔씨소프트는 세계적인 화제작인 미국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디아블로3’의 대항마인 ‘블레이드앤소울’을 곧 선보일 계획이다. 이 게임에 넥슨의 글로벌 퍼블리싱 역량이 더해지면 엔씨소프트는 올해 매출 1조 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넥슨도 최근 몇 년간 인수한 역량 있는 개발사들을 통해 대형 게임들을 선보이면서 연 매출 목표를 2조 원가량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엔씨소프트의 올해 매출이 3조 원에 육박한다면 세계 1위 온라인 게임 업체인 중국 텐센트(지난해 매출 2조8300억 원)도 뛰어넘을 수 있다.
○ 글로벌 시장 부진을 해결하기 위해
회사 설립은 김정주 대표가 선배이다. 그는 서울대 졸업 후 KAIST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1994년 넥슨을 창업했다. 김택진 사장은 서울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 중이던 1997년 엔씨소프트를 설립했다.
둘 다 게임으로 조 원 단위 이상 주식 부자로 떠올랐지만 경영 스타일은 크게 다르다.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김정주 대표는 경영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뒤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그림자 경영’으로 유명하다. 넥슨의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겨놓고 본인은 지주회사 대표로 큰 그림을 주로 그리며 성공적인 인수합병(M&A)으로 넥슨을 키워왔다. 전 세계 60개국 이상에서 1억 명 이상이 가입한 ‘메이플스토리’를 만든 위젯, ‘던전앤파이터’의 네오플, ‘서든어택’의 게임하이, ‘프리스타일’ 등을 개발한 JCE도 넥슨이 인수한 회사들이다.
반면 김택진 사장은 개발자 출신답게 개발역량에 더욱 집중하는 스타일. 엔씨소프트는 직접 개발한 ‘리니지’ ‘리니지2’ ‘아이온’ 등 대작 게임을 잇달아 성공시켰다. 또한 본인이 대표이사를 계속 맡으면서 직접 경영을 챙기고 있다.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