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반역한 더러운 변절자’北표현과 林의 막말 비슷 대북 전문가 “말실수 아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정체성(주사파)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탈북자에 대한 적개심과 두려움에서 그런 발언이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북자들이 북한의 참혹한 실체를 증언하면서 북한을 추앙해온 주사파들의 주장이 북한의 선전에 놀아난 허구라는 사실이 국민에게 드러나자 탈북자에 대한 적개심이 커졌을 것”이라는 게 유 교수의 분석이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사망 이후 1990년대 중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라는 극심한 기근을 겪으면서 수백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했고 이는 대량 탈북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탈북자들이 북한 권력집단의 부도덕성, 인권탄압 등 독재 체제의 실상을 전한 일이 주사파 운동권이 쇠퇴하기 시작한 본격적 계기 중 하나라고 말한다. ‘주사파의 대부’로 북한의 지령을 받아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을 만든 김영환 씨나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등 수많은 주사파 운동권 인사들이 전향해 북한인권운동에 뛰어들게 된 것도 북한에서 직접 목격하거나 탈북자의 증언으로 북한의 실상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특히 임 의원의 ‘변절자 막말’은 탈북자를 힐난해온 북한 당국의 표현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말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 체제를 맹목적으로 추종했던 과거 이념에서 임 의원이 벗어나지 못한 증거가 아니냐는 것이다.
북한 함흥공산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출신인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임 의원이 1989년 북한에서 성대한 환영을 받은 뒤 생긴 프라이드(자존심)를 허무는 위험한 대상으로 탈북자들을 여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열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주사파는 남한이 아니라 북한에 정통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북한을 버리고 남한에 온 탈북자를 변절자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탈북자 강제북송 등 인권문제를 제기해온 ‘탈북자의 대모’ 박선영 전 의원은 “최근 탈북자 인권문제가 이슈화되는 것에 불만을 가졌음에도 여론에 밀려 침묵하던 종북 세력의 탈북자에 대한 분풀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민주당 의원 등 진보단체 아무도 탈북자 인권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며 “북한 정부를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내세웠지만 본질적으로 북한 체제에 반발한 사람들은 변절자, 인간쓰레기라는 생각이 내면화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임 의원의 막말 파문으로 드러난 탈북자에 대한 적개심이 새삼스럽지 않다고 말한다. 1989년 임 의원이 방북했을 때 하루 종일 꽃을 흔들었다는 한 탈북자는 3일 박 전 의원에게 “임 의원의 막말을 듣고 치가 떨린다”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고 한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