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BBK 가짜편지 은진수가 건네”… 그동안 왜 언급않고 숨겼나

檢 소환조사… 내주 수사 발표

새누리당 홍준표 전 대표가 검찰에서 BBK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된 ‘가짜편지’를 자신에게 건네준 사람은 은진수 전 감사위원(2007년 당시 이명박 캠프 BBK팀장)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중희)는 가짜편지를 공개한 홍준표 전 새누리당 의원(사진)을 고발인 및 피고소인 신분으로 2일 조사했다.

2007년 당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을 맡았던 홍 전 대표는 당초 언론 인터뷰 등에서 “편지가 책상 위에 놓여 있어 수사 의뢰를 했다”고만 밝혔지만 검찰에선 “나중에 은 전 위원이 책상 위에 뒀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 전 위원은 지난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때 수뢰 혐의로 구속돼 수감 중이다. 홍 전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편지가 가짜인지 몰랐을 뿐만 아니라 편지 작성에도 개입한 바 없다”며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대표는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부하의 이름을 얘기하는 게 도리가 아닌 듯해서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옷로비’ 사건과 같이 실체도 없이 허위 진술들 때문에 진실이 호도되는 듯해 자진해 검찰에 출석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편지를 건넸다는 이명박 후보의 상임특보) 김병진 두원공대 총장이나 양승덕 경희대 관광대학원 행정실장은 알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양 실장은 검찰에서 “김 총장에게 ‘홍 전 대표가 어떻게 편지를 손에 넣었느냐’고 물었더니 김 총장이 ‘내가 전달해 준 것’이라고 답했다. 김 총장은 ‘당시 홍 전 대표가 이거 가짜 아니냐고 해 화를 낸 적도 있다’고 했다”고 진술한 걸로 보도됐지만 홍 전 대표는 이를 부인한 것이다.

홍 전 대표는 대선을 앞둔 2007년 11월 ‘BBK 의혹’ 핵심 인물인 김경준 씨(수감 중)가 입국하자 당시 여당인 민주당과 청와대의 ‘기획입국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김 씨와 미국에서 교도소 생활을 함께한 신경화 씨(수감 중)가 김 씨에게 보냈다는 편지를 공개하며 사실관계를 가려달라며 수사 의뢰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편지는 신경화 씨의 동생인 신명 씨가 쓴 것으로 드러났고 신명 씨는 “양 실장이 가짜편지를 쓰게 했고 홍 전 대표가 알고 있었다”는 취지의 폭로를 해 서로 간의 고소고발전이 벌어졌다. 검찰은 다음 주 가짜편지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