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여중생 장갑차 사망’ 부친 심수보 씨
언론과 단체의 방문이 이어지는 탓에 매년 이 무렵 집을 자주 비운다는 심 씨를 네 번째로 찾아간 1일 경기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 자택에서 만났다. 심 씨는 “사고가 난 후에 1년이 넘도록 집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무서웠다. 매년 6월이면 일부러 집을 나가 있기도 했다”며 “지금도 순수한 추모는 몰라도 지나친 관심은 부담스럽다. 정치적인 목적의 추모행사는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 반미단체들이 추진하는 추모비 추가 건립에 대해서도 “아무리 순수한 목적이라 해도 (미군이 세운) 추모비가 있는데 또 세우는 것은 불필요하다”며 “우리가 미군에 요구해서 세운 것이다. 누가 세우면 어떤가. 추모비를 2개씩이나 세운다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12, 13일 있을 10주기 추모식에 대해서도 “매년 이곳에서 열리긴 했는데 평소처럼 가족끼리 조용히 보내고 싶을 뿐 참석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당시 사고를 ‘미군의 살인’이라고 규정하는 반미단체와 다른 견해도 밝혔다. 심 씨는 “단순한 사고라고 생각하는데 (미군이) 애들이 미워서 낸 게 아니지 않나”라며 “얼굴도 모르지만 그 미군들도 이젠 마음의 짐을 덜고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효순 양의 부친 신현수 씨(58)도 마찬가지 생각일 것이라고 전했다.
신 씨는 건강이 악화돼 두 차례나 큰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라고 했다. 심 씨는 “애들끼리도 친했지만 그 친구와 학교를 같이 다녀 워낙 친한데 마음의 병이 크다 보니 건강도 예전같지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마을에서 400여 m 떨어진 사고 현장 옆 추모비에는 빛바랜 조화 몇 개만 꽂혀 있었다. 추모비에는 미선 효순 양의 사진과 함께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두 마리, 그리고 추모비를 받치는 축대에는 열네 살 두 소녀를 기리는 꽃이 새겨져 있다. 추모비는 2002년 9월 미 2사단이 두 여학생을 기리기 위해 성금을 모아 세운 것이다. 추모비에 새겨진 ‘미 2사단 일동’이라는 글자는 누군가가 훼손한 상태였다.
추모비에서 마을 방향으로 50여 m 떨어진 곳이 사고 현장이다. 친구의 초대를 받아 생일을 축하하러 가던 미선 효순 양은 훈련하던 미군의 장갑차에 치여 이곳에서 숨졌다. 당시 도로 한쪽 차로 폭은 미군 장갑차 폭보다 좁고 인도가 없어 위험한 상태였다. 사고 이후 이 도로는 당시보다 폭이 조금 넓어졌다. 도로를 따라 흐르던 작은 개울은 아스팔트로 포장되고 폭 1m 남짓한 붉은색 인도로 바뀌었다. 하지만 90도 가까이 급하게 꺾이는 2차로에서는 여전히 대형 화물차와 버스들이 질주하고 있다. 미군 당국은 사고 이후 장갑차를 포함한 궤도차량이 훈련 등으로 이동할 때는 대형 트레일러에 실어 운행하도록 하고 사고 현장처럼 좁은 도로는 우회하도록 안전수칙을 변경했다.
:: 2002년 여중생 장갑차 사망 사건 ::
양주=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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