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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GM의 추락도 재기도… “원인은 비용 아닌 품질”

입력 | 2012-06-02 03:00:00

◇빈 카운터스/밥 루츠 지음·홍대운 옮김/352쪽·1만5000원·비즈니스북스




“정말 호러쇼다. 어떻게 이런 걸 만들 수가 있느냐.”

2001년 제너럴모터스(GM)가 출시 예정인 차량들의 디자인을 보고 막 부회장에 취임한 저자가 물었다. 디자인부서장이 기다렸다는 듯 답했다. “저도 이 디자인들이 다 마음에 안 듭니다. 정말 엉망이죠.” 원가 절감을 우선시한 고위층의 방침에 따라 진행한 결과였던 것이다.

기업이 제품 개발이 아닌 엉뚱한 일에 치중할 때 어떻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이 책은 위기의 GM에서 벌어졌던 실화를 통해 낱낱이 보여준다. GM은 1960년대 초반만 해도 디자인과 품질을 중시하며 캐딜락, 쉐보레 같은 브랜드를 내놓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동차업계 1위 자리를 도요타에 내줬고 결국 파산보호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저자는 GM이 겪고 있던 모든 문제의 원인이 단 한 가지, 품질로 승부하지 않고 재무성과를 우선시하는 기업 문화였다고 단정한다. 현장 전문가들 대신 재무 전문가들이 회사 운영의 실권을 쥐었다. 그들은 비용 절감과 위험 회피를 위해 조립 시간을 단축하고 부품을 재활용했다. 비효율을 제거하고 이윤을 극대화해야 한다며 소비자의 만족보다 주주들의 이익을 챙겼다. 기획부서는 고객의 니즈 분석에만 매달려 데이터와 씨름하고 있었고 엔지니어링부서는 온갖 복잡한 규칙들로 디자이너와 현장 기술자들의 발목을 붙들었다. 자동차 품질과 매출은 동시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47년 넘게 자동차업계에서 일했던 저자는 2001년 70세의 나이로 GM의 부회장에 임명돼 구원 투수로 나섰다. GM 내부에선 차를 직접 만드는 현장 전문가(카 가이스·Car guys)와 재무전문가들(빈 카운터스·Bean Counters)이 사투를 벌였다. ‘빈 카운터스’는 직역하면 ‘콩 세는 사람’이다. 기업에서 숫자와 데이터로 모든 것을 움직이려는 사람들, 즉 기업의 재무나 회계 담당자를 일컫는다.

‘카 가이스’ 출신인 저자는 기업의 진짜 인재가 MBA 출신의 ‘빈 카운터스’가 아니라 최고를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가득 찬 ‘카 가이스’라고 강조한다.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GM이 재기에 성공한 것은 제품 개발에 힘쓴 덕분이었다.

“신발 회사는 신발을 잘 아는 사람이, 컴퓨터 프로그램 회사는 프로그램을 잘 아는 사람이 경영하는 것이 맞다. 재무 전문가의 조언과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최종 결정은 고객을 상대해봤고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는 사람이 내려야 한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